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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아트, 예술적 가치 있을까?…미술계 “파생상품 불과” “미술 대중화”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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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아트페어(미술시장) '어반브레이크 2022'에서 관람객들이 NFT(대체불가토큰)이 발행된 영상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NFT 아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미술이 새로운 기술과 만나면 언제나 내용과 형식도 새로워진다고 평가한다. 과거에 물감의 가격이 작품의 색감에 영향을 미쳤듯이 미술은 끊임없이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NFT 아트의 미래를 비관하는 전문가들은 NFT라는 유통 기술을 제외하면 매체나 형식 면에서 NFT 아트라는 작품들이 그렇게 불리지 않는 작품들과 비교해서 무슨 차이나 성취가 있느냐고 비판한다. 보수적인 비평가는 디지털 그림의 경우,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면서 구현한 느낌이 구매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구매자가 소장한 디스플레이에 따라서 크기나 색감, 표현이 왜곡되는 이미지를 작품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어반브레이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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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미술계를 흔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경매사 크리스티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주최한 경매가 도화선이었다.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자신의 작업물과 온라인에서 수집한 디지털 이미지 5,000개를 콜라주 기법으로 묶어서 발행한 NFT(대체불가토큰)가 무려 6,390만 달러에 팔린 것이다.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생태계를 중심으로 창작되고 소비되던 ‘NFT 아트’가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 비평가와 학자들이 얽힌 제도권 미술계의 한복판에 뛰어든 순간이었다.

NFT 아트는 역사가 짧다. ‘최초’로 알려진 거래는 2014년에 일어났고 제도권 미술계에서는 비플 작가의 경매를 기점으로 관심이 커졌다. 신대륙에 뛰어드는 작가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현대미술계의 ‘스타’ 데미안 허스트는 실물 그림을 NFT로 발행하고 구매자들에게 지난달까지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선택받지 못한 작품은 파기된다. 그 결과 그림 4,851점이 다음달 9일부터 불태워질 예정이다.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작가들도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을 NFT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소 800명이 넘는 작가들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초 열리는 국내 대표적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에도 처음으로 NFT 전시공간이 마련된다. 갤러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런 흥행에도 미술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NFT 아트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NFT 아트가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앞으로 미술의 한 영역으로 굳게 자리 잡을 수 있는지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과 미술관, 블록체인 전문매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미술전문가 5명에게 NFT 아트의 정체성과 예술적 가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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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NFT 거래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오픈시(OpenSea)에 올려진 NFT 콜렉션 'Bored Ape Yacht Club' 가운데 한 작품의 섬네일(견본 이미지). 이곳에 올려진 NFT들의 섬네일은 대체로 원본 이미지와 같다. 이미지 형식을 채택했더라도 ‘NFT 아트’로 취급되지 않는 NFT도 있다. NFT 구매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마우스 클릭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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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 ”NFT 아트, 미술을 대중화할 것”


NFT 아트가 무엇인지 아직은 엄밀히 정의하기 어렵다. ‘NFT로 발행된 작품’ 또는 ‘NFT로 작품을 발행하는 미술 활동’ 정도로 거칠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을 NFT로 발행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인정하는 속성이자 유용한 기능은 바로 ‘디지털 이미지의 원본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NFT 아트 전문가인 김민지 작가가 최근 펴낸 저서 'NFT Art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예술’에 따르면 작가는 작품(디지털 파일)과 함께 메타데이터 등을 플랫폼을 통해서 NFT로 발행한다.

메타데이터에는 작품명, 창작자 정보, 재판매시 창작자가 받는 로열티 비율 등의 정보가 담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NFT는 이론적으로 플랫폼에서 암호화폐를 대가로 판매된다. 구매자는 NFT를 전자 지갑에 저장하고, 작품은 플랫폼에서 ‘마우스 우클릭’만으로 다운받거나 작가로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서 직접 전달 받을 수 있다. 거래 속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 때문에 작품(파일)은 제외하고 메타데이터 등 정보들만 블록체인에 올려지기도 한다. 무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에 ‘원본’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유의할 것은 NFT 아트가 작품의 유통 기술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NFT 아트 세계에선 NFT 거래를 두고 작품을 매매한다기보다는 ‘등기부등본’이나 ‘영수증’을 사고 판다고 말하기도 한다. NFT 자체가 영수증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NFT 아트의 미래를 긍정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특성이 미술을 대중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갤러리가 책정하는 판매 수수료는 50%에 이르지만 NFT 플랫폼이 떼어가는 수수료 비율은 굉장히 낮다. 대표적 플랫폼인 오픈시의 수수료는 2.5%다.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 장부에 쌓이기 때문에 작품이 재판매되면 작가에게 일정한 로열티까지 돌아간다. 갤러리가 작품 가격을 유지하려고 담합할 수도 없다. 무명 작가들에게 NFT 아트는 새로운 기회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컬렉터와 직접 교류하면서 자신을 알린다. 선순환이 일어난다면 작가와 컬렉터가 모두 늘어날 수 있다.

김 작가는 “미술품을 수집하려는 목적으로 NFT 아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아직은 소수다. 대다수는 차익 실현을 기대하거나 일종의 ‘플렉스(자랑)’ 측면에서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면서도 암호화폐 거품이 꺼지면서 오히려 진지한 예술로서 NFT 아트를 제작하고 수집하는 작가와 컬렉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부터는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 형식 이외에도 퍼포먼스를 NFT로 만들거나 증강현실(AR)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도 생겼다”면서 "NFT 아트에 대한 미학적 담론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NFT 아트가 MZ세대의 놀이 문화를 만나서 새로운 예술 양상을 만들어내는 등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동연 미술비평가 역시 “NFT 아트는 이미 미술계에 나타났고 존재하는 영역”이라면서 “과거 동인도회사가 활동하면서 (거래를 위해서) 그림이 작은 화폭에 그려지기 시작했듯이 새로운 유통방식이 미술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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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아트'라는 표현이 예술 용어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NFT 아트로 불리는 작품들이 예술적으로 선명한 특징을 나타내지 못하기에 NFT 아트는 미술계보다는 재계에서 마케팅 용어로 쓰이기에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기업들도 NFT를 활용한 홍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직원들이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수상작 16점을 NFT로 변환하고 작품을 문화예술 메타버스 플랫폼 쿤트라에서 전시한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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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 ”파생상품에 불과하고 미학적으로도 부족”


이에 반해 NFT 아트의 예술적 가치를 낮게 보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NFT로 발행되는 작품들에서 시각적 자극만 보일 뿐, 예술적 성취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NFT 아트의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이는 유통기술일 뿐이지 작품의 가치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NFT 아트란 것은 파생상품에 불과하다”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판에 NFT 아트만 제대로 돌아갈리도 만무하다”고 잘라 말했다. NFT 아트 바람만 불다가 결국에는 관심이 집중된 스타 작가나 일부 갤러리만 수혜를 볼 것이란 냉소적 시각도 없지 않다.

작가들이 실험을 거듭하면서 쌓아야 할 독창성과 창의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은 “NFT 아트라는 작품들에서는 어떤 형식적 특징이나 철학적 성향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는 학자들도 있다”면서 “미술시장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서 마케팅 용어로 ‘NFT 아트’를 사용할 수는 있겠다. NFT 아트 시장이 앞으로도 존재하겠지만 그것이 미술 대중화 등을 이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진국 미술비평가는 “크립토아트처럼 나름대로 암호화 예술로서의 특성과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존재한다”면서도 "NFT 아트는 예술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용어"라고 밝혔다. 그는 "NFT 이미지의 동력은 과시 문화, 바로 ‘플렉스 문화’다. NFT를 구입해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하는 것은 샤넬백, 벤츠차 과시와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NFT 아트 너머의 변화


NFT 아트의 예술적 가치를 떠나서 NFT 자체가 미술시장과 사회 전반에 불러올 변화에 주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안 비평가는 “어느 디지털 콘텐츠나 NFT를 주조해 거래할 수 있다면 대중의 디지털 콘텐츠가 활성화될 것으로 단순히 미술계의 문제만은 아니다"며 "메타버스 기업들이 NFT를 잡으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NFT 아트’라는 작은 바가지로 물을 담으려 하지 말고 디지털 콘텐츠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비평가는 미술계에 부는 NFT 바람은 미술 창작과 유통 과정, 과학기술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NFT 미술시장이 궁극적으로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미술이 여러 실험을 거듭하며 부작용 속에서도 성장해왔던 만큼, NFT 아트 역시 이런 실험의 하나로 인정하고 생계가 어려운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를 만들어가자는 얘기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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