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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꼬마빌딩 리모델링 했더니…공간 두 배, 수익도 두 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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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재테크 목적의 건축물 리모델링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1970~1980년대 고도성장과 1980~1990년대 강남 개발, 주택 200만가구 건설 등 여파로 전국적으로 다가구주택, 상가주택, 근린생활시설 등 '꼬마빌딩'이 우후죽순 지어졌다. 문제는 1980~1990년대 준공돼 25년 이상 경과된 노후 건축물들이 현존하는 꼬마빌딩 전체의 60%를 넘어 이를 싹 허물고 신축하느냐, 아니면 골조만 남기고 내·외관을 대수선해 30년을 더 사용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신축의 대안으로 노후 건축물을 건물주가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요구에 맞춰 미관과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임대료 상승으로 부를 재창출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시내 낡은 꼬마빌딩들을 입지와 상권에 최적화해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한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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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역 인근 꼬마빌딩의 리모델링 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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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7호선 면목역에서 150m 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이 건물(사진)은 1984년에 준공된 지하층이 딸린 지상 3층 상가건물이다. 용도지역은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대지면적이 294㎡(89평), 연면적 645㎡(195평)였다. 지상 5층까지 올릴 수 있는 땅이지만 건축비를 아끼려고 엘리베이터 없이 3층으로 지은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벽을 타일로 마감한 꼬마빌딩이다.

리모델링에 적합한 매물을 알아보던 투자자는 이 건물을 2020년에 29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 당시 36년 된 낡은 건물이어서 건물 가치는 배제하고 토지 가치로만 평당 3315만원에 사들인 것이다. 취득세와 중개보수를 포함하여 31억원이 들었다.

낡은 건물을 보유하거나 매입하여 리모델링하려는 경우 사전에 건물 입지에 최적화된 상권분석과 입지분석을 수행해야 실패가 없다. 분석 결과 이 건물은 역세권 대로변에 입지했으므로 상가나 사무실로 임대하기에 손색이 없다 판단되어 1층은 상가로, 잔여 층은 상가나 사무실로 임대할 목적으로 증축을 겸해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건물의 계단 폭이 100㎝였다. 증축 없이 리모델링했다면 기존 계단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자체와 인허가 심의과정에서 증축을 겸하는 경우 계단 폭이 최소 120㎝가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계단실과 화장실을 통째로 철거하고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계단실을 새로 설치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추가공사비가 들었다. 리모델링 공사의 경우 이렇게 예기치 못한 사유로 추가공사비가 들 수 있다.

기존 건물의 용적률에 여유가 있어 리모델링 시 증축을 겸하는 경우 주의할 사항이 바로 일조사선제한이다. 우리나라에서 리모델링 용도로 적합한 중소형빌딩의 대부분은 용도지역이 2종일반주거지역이거나 3종일반주거지역이다. 일반주거지역인 경우 북측에 인접한 토지에 일조권을 보장해주는 범위 내에서 건물을 올려야 한다. 아무리 용적률에 여유가 많다고 하여 그만큼 증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토지는 다행히도 북측 일조권사선제한을 피할 수 있는 땅이었다. 땅 모양이 북측으로 길쭉하여 사선제한을 거의 받지 않아 3종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인 250%를 거의 채운 247.29%를 구현했다. 이에 따라 문제없이 4층부터 5층까지 층당 44평씩 증축할 수 있었다. 건물 내부 천장은 흰색 텍스로 마감하고 바닥은 은은한 현대식 디자인의 PVC자재로 마감하여 사무실 또는 상가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도록 했다. 창문은 넓은 창에 환기가 가능한 보조창을 달아 개방감과 실용성을 높였다. 옥상에는 임차인들의 휴식공간으로 정원을 조성하였다. 바닥은 방수작업 후 인조잔디를 깔았고, 한편에 커피 테이블과 파라솔을 설치했다. 가장자리엔 조경목까지 설치해 전체적으로 작은 공원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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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역 인근 꼬마빌딩의 리모델링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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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건물이 커보이도록 옥상에 패러핏을 설치해 밖에서 이 건물을 보면 마치 6층 건물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패러핏은 기능적으로 옥상의 난간을 대신하면서도 한 층 더 높이 보이도록 하여 건물에 중후함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는 시설물이다. 건물 외벽은 1~2층은 검은색 벽돌로 마감하고 3층부터는 미색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리모델링 전 이 건물의 만실 시 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00만원이었는데 리모델링 후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500만원이 됐다. 건물가치를 판단할 때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수익률법이다. 즉 측정시점에 시장에서 통용되는 임대수익률을 기준으로 건물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8월 현재 서울 시내 건물의 경우 지난 3년간 급격히 오른 토지가격 때문에 임대수익률이 낮아졌다. 임대료는 3년 전과 같은데 땅값이 폭등하였기 때문이다. 가령 3년 전에 대지면적 100평에 토지시세 평당 5000만원 하던 건물이 50억원 정도였는데 지난 3년 동안 땅값이 최소 50% 인상되어 75억원이 되었음에도 임대료는 3년 전과 동일하다. 3년 전 임대료가 1억원에 1500만원이었다면 건물가치 50억원 기준으로 임대수익률이 3.67%였다. 당시엔 은행대출이자율도 2%대로 저렴했다. 그런데 지금은 은행대출이자율이 4%대로 오른 데다 땅값 상승으로 50억원짜리가 75억원이 되었고 임대료는 1억원에 1500만원 그대로이므로 임대수익률이 2.43%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서울의 빌딩시장에서는 임대수익률이 2.5% 정도인 경우 우량한 매물로 통한다.

결국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임대한 결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500만원이 나오므로 요즘 서울에서 통용되는 임대수익률 2.5%에 맞추어 역산하면 건물가치는 74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투자자는 매입비용으로 31억원에 리모델링 공사비 14억원을 들였으니 총비용이 45억원이다. 여기에 대출 약 30억원을 이용했으므로 1년치 이자비용 1억원을 추가한 46억원이 총투자비용이다. 이 건물을 72억원 선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세전 투자수익이 26억원 정도 예상되어 성공적인 재테크 효과를 거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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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권 DK빌딩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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