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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사일언] K팝과 J팝의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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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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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K팝?” 20여 년 전 나는 음악 잡지를 읽던 중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이 단어에 실소를 터뜨렸다. 일본 음악을 지칭하는 ‘J팝’이란 단어만 있던 시절이었다. 한국의 모든 대중음악인이 일본의 음악 시장과 시스템을 부러워하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마주친 ‘K팝’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에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인 억지처럼 느껴졌다.

20년이 흐른 지금, 나는 K팝 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세워 매년 전 세계 K팝 팬 분포 데이터를 정리한 ‘K팝 세계지도’를 발표하고 있다. K팝은 해외에서 90%가량 소비하고 한국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K팝이 어느 지역부터 인기가 커져 어떻게 전파됐는지 움직이는 그림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한때 한국의 기획사들이 모델로 삼은 일본의 유명 아이돌 그룹 기획사 직원이 얼마 전 우리 사무실로 찾아왔다. K팝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비결이 뭔지, 반대로 J팝은 왜 성장하지 못하고 일본 내수용으로 정체했는지 공부하려고 작은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가수의 이미지를 팬들에게 소비시키는 방법’ ‘IT 플랫폼 활용과 소셜미디어 소통 방식’ ‘홍보용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 등등 이야기해 줄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영업 기밀(?)까지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졌다.

이제는 V팝(베트남), M팝(말레이시아), P팝(필리핀), SEAPOP(동남아) 같은 생소한 용어도 생겨났다. 현지 멤버들로 구성된 해당 국가별 팀이 각기 자기 나라 언어로 K팝 스타일 노래를 부르고 우리나라 아이돌의 표정을 따라 하며 군무를 춘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의상과 배경만 그 나라 것이지 K팝과 매우 흡사한 점이 많이 보여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된다. 그 옛날과 달리 이제 K팝은 매우 자연스러운 단어이자 음악 장르가 된 것이다. 한국은 K팝을 통해 글로벌 음악시장에 훨씬 오랫동안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케이팝 앱 ‘블립’ 운영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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