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청담동 한복판 '하이트진로' 옥상 오른 노동자들 "살기 위해 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장] "15년째 임금 동결, 어떻게 사나"... 영국서도 연대 목소리 "전세계 노동자가 지지"

오마이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탑에서 손해배상 소송·업무방해 가처분신청 철회, 해고 조합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탑에서 손해배상 소송·업무방해 가처분신청 철회, 해고 조합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 위에 노동자들이 굶어 죽지 않겠다고, 살겠다고 벌써 세 달째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130여 명 조합원 전원이 해고됐고, 하이트진로는 28억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손해배상·가압류를 걸어 조합원 집에 차압이 들어오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외칩시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여 힘내라!"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 영동대로 한복판에 모인 화물 노동자 수백 명이 하늘을 향해 "투쟁"을 외치자 10여 층 높이 건물 옥상 참이슬 소주 광고판 앞에 위태롭게 서있던 10여 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위에서 "투쟁" 하고 답하는 외마디 소리가 내려왔다. 인도엔 위급 상황을 대비한 붉은색 에어매트가 펼쳐져 있었다. 광고판에는 '노조 탄압 분쇄, 손배 가압류 철회, 해고철회전원 복직'이라는 대형 걸개가 걸렸다.

고공 농성 중 전화 연결된 김건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2지회 조직차장은 수화기 너머로 조합원들에게 "사측의 압박과 공권력의 저지에 청주와 이천, 홍천을 거쳐 결국 이곳 서울 청담동 도심 20~30미터 상공까지 왔다"라며 "목숨을 걸고 끝까지 투쟁해 승리하겠다"고 했다. 김 차장은 "하이트진로는 여전히 그 무엇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퇴거 명령 통지를 전달하기 위해 옥상 문을 두드리며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이트진로 하청 화물 노동자 10여 명은 지난 16일부터 본사 옥상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3월 노조가 결성된 이후 조합원들이 집단 해고됐고, 운송료 인상 요구에 원청인 하이트진로와 하청업체들이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일부터 시작된 파업이 장기화하자 하이트진로는 노조 간부 10여 명에게 2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운송료 가압류까지 청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기름값·도로비·차량 할부금 등을 제외하고 현재 하이트진로 하청 화물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는 월 100만~2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그들이 청담동 한복판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올라간 이유

▲ 하이트진로 옥상 광고탑에 오른 화물노동자 “살기 위해 왔다” ⓒ 유성호


고공농성 3일째인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고공농성자들이 내다보이는 강남본사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하이트진로를 규탄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하이트진로 자본이 배를 불리는 동안 노동자 임금은 동결이다 못해 삭감됐다"라며 "15년 전 임금을 그대로 받는 것도 모자라 2008년 삭감된 뒤 실질적으로는 계속 마이너스 1%"라고 했다.

현 위원장은 "하이트진로 작년 매출이 2조2000억 원이나 됐다. 주주배당하고 돈 잔치하는 동안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이렇게 길거리로, 홍천강으로, 급기야 옥상 광고판까지 몰아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강원도 홍천 하이트진로 공장 다리 위에서 시위를 벌이던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3명은 경찰의 진압으로 인해 홍천강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회계사는 회계 자료를 근거로 하이트진로의 노동 착취가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다. 김 회계사는 "하이트진로의 매출총이익률이 40%를 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현대자동차 20% 안팎, 삼성전자가 30%대일만큼 매출총이익률이 그렇게 높으려면 기술력이 압도적이거나 군수산업처럼 국가로부터 특혜·독점을 받는 경우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하이트진로 매출총이익이 1년에 1조 원을 넘는데, 물류비는 900억 원밖에 안 된다"라며 "적당히 해먹어야 하는데 너무 심하게 해먹고 있다"고 했다.

김 회계사는 "화물 노동자들이 보통 1년에 1억2000만 원 매출을 하는데, 이중 유류비가 4000만 원 이상, 차량 감가상각과 톨게이트비 수천 만원까지 합하면 1년에 집에 가져가는 돈이 2000만~3000만 원 선"이라며 "그것도 50대 이상인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벌면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지적했다.

"노조법 2조 개정해 원청이 교섭 나오게 해야"
오마이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의 고공농성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결의대회에 참석해 해고 조합원 복직, 손해배상 소송·업무방해 가처분신청 철회,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의 고공농성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결의대회에 참석해 해고 조합원 복직, 손해배상 소송·업무방해 가처분신청 철회,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쏟아졌다. 하청 화물 노동자들의 운송료 인상엔 원청인 하이트진로 결정이 필수적인데, 현재 하이트진로는 하청 물류업체에 책임을 미룬 채 교섭에 응하지 않고 하청 업체는 원청인 하이트진로의 눈치를 보며 권한이 없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노조법 2조를 개정해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의무적으로 교섭에 나오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 개정만 되지 않았을 뿐 대법원 판례는 이미 나와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교섭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졌다면 사용자로서 교섭의 책임을 지닌다고 판결한 바 있다(현대중공업 하청노조 판결). 하지만 이후 정부와 국회가 제도화에 나서지 않았고, 이제는 이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용차도 아니고 특고(특수형태고용종사자)도 아니고 노동자다"라며 "노조법 2조 개정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도 "하청 노동자들이 하청 업체와 하는 교섭에 진전이 없는 이유가 바로 노조법 2조 때문"이라며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확보하는 데 종교계도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실질적인 사용자가 책임을 부담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조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화물 노동자의 운송료와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하이트진로가 교섭에 성실히 나서라"라며 "노동부도 하이트진로에 교섭 의무를 부과하고 노조 파괴 행위가 중단되도록 특별근로감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영국에서 온 연대 목소리 "Too-Zaeng!"
오마이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의 고공농성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결의대회에 참석해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옥상 광고판까지 올라간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연대를 위해 영국에서 온 노엘 코드 국제운수노련 내륙운수실장(Noel Coard, Inter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 Inland Transport Secretary)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단결 투쟁'이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른 채 영어로 연대 발언을 했다. 하지만 "투쟁" 구호만큼은 팔뚝질을 하며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연거푸 외쳤다.

노엘 코드 실장은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며 "전세계 2000만 명의 국제운수노련 조합원들이 지지하고 함께 투쟁하고 있다"고 했다. 노엘 코드 실장은 하이트진로에 "성실 교섭에 나서고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다 취하하라"라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국제법에 의해서 보장된 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안전운임제가 전 차종과 전 품목에 적용되고 있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로, 과적·과속·과로를 막아 일반 운전자들의 안전도 함께 증진시킨다는 취지다. 현재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위원장은 "만약 하이트진로 동지들이 안전운임제도 영역 안에 있었다면 이렇게 운송료 몇 푼 올려달라고 목숨을 건 투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노엘 코드 실장의 발언 전문을 기록한 것.

"동지들 반갑습니다. 저는 국제운수노련 내륙운수실장 노엘 코드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연대하기 위해서 이자리 왔습니다. 투쟁! 투쟁! 투쟁! Thank you.

저는 국제운수노련 사무총장과 위원장님을 대신해 연대 인사 드립니다. 저는 공공운수노조 그리고 특히 화물연대 투쟁에 연대하고 응원하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혼자 투쟁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공농성에 올라간 동지들이 혼자 투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한 명 혼자 이 무대에 서있지만, 저 뒤에서 국제운수노련의 2000만명의 조합원들이 지지하고 응원하고 함께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제 안전 운임제 법제화 확대를 위한 투쟁은 한국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투쟁, 모든 운수노동자를 위한 투쟁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투쟁 맨 앞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바로 화물연대 본부입니다.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동지와 화물연대 본부위원장 동지가 말씀하신 대로 안전운임제가 전 차종과 전 품목에 적용되고 있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국제운수노련, 그리고 국제운수노련에 속한 2000만명의 운수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가 폐기되고 전 차종 전 품목에 확대될 때까지 우리는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부자가 된 악덕 기업들이 보수 정권과 손을 잡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한국 상황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이트진로 자본이 성실 교섭에 나서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2000만명의 국제운수노련 조합원을 대신해서 하이트진로 자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성실 교섭에 나서주십시오.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다 취하하십시오. 노동자들의 정당한, 국제법에 의해서 보장된 권리를 존중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혼자 투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함께 하고 있고, 끝까지, 이길 때까지, 승리할 때까지 반드시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Too-Zaeng)! 투쟁(Too-Zaeng)! 투쟁(Too-Zaeng)!"

오마이뉴스

▲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탑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본사 앞 농성장에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손피켓이 걸려 있다. ⓒ 유성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의 고공농성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결의대회에 참석해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 기사]
"11년차 월급이 150만원"... 강물에 뛰어든 화물 기사들 http://omn.kr/205jw
"대법 판결에도 12년 째 하청 뒤에 숨는 원청... 정부·국회 뭐했나" http://omn.kr/2023g
"유성·만도처럼 노조파괴" 화물기사들, 하이트진로 '특별근로감독' 신청 http://omn.kr/206e8

김성욱,유성호 기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