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불법파견 대응? 승계 밑작업?…현대모비스 자회사 신설 공식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모듈·부품 계열사 2곳 세우기로

협력사 6천명, 자회사 정규직화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미래 사업”

정의선 ‘그룹 승계’ 포석 관측도

“지배구조 바꾸려 기업가치 낮추나”

주가 하락세에 소액주주들 불만


한겨레

현대모비스 누리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 자회사 2곳을 신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회사는 기존에 ‘사내하청’ 형태로 일하던 협력사 인력과 현대모비스의 인력 일부를 넘겨받는다는 계획이다. 최근 들어 가시화하고 있는 불법 파견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이며 사업 구조상 변화는 없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대모비스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만큼, 기업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한 주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불법 파견’ 리스크에…자회사 신설 현대모비스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모듈과 핵심부품 제조를 전담할 생산 전문 계열사 2곳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신설 법인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구조다. 다음달 임시 이사회를 열어 설립 안건을 승인하고, 오는 11월 새 자회사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러면 현대모비스의 생산 전문 자회사는 총 5곳이 된다.

신설 자회사는 해당되는 협력사의 인력 전부와 현대모비스의 생산관리 인력을 넘겨받는다는 계획이다. 생산설비 등은 이미 현대모비스가 소유하고 협력사가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소유권의 이동이 없을 예정이다. 따라서 주주총회 결의 절차도 밟지 않는다. 상법상 회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회사의 영업을 양수할 때는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협력사로부터 고용 승계만 하는 것이지 영업 양수·양도를 하는 게 아니어서 주총 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자회사 신설로 사내하청이 모두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100% 사내하청에 가까운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약 10개 협력사의 6천명에 이르는 인력을 모두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사내하청의 법적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대법원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을 포스코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제철업계 ‘불법 파견’을 대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제조 공정에 차이가 있긴 하나 이들 소송이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의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확보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등의 사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생산관리직군에 속하는 300∼400명은 신설 자회사로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불법 파견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생산 효율성과 전문성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 “승계 위한 포석” 해석도 제기 현대모비스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의도적으로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를 낮추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자회사 신설 계획이 처음 알려진 후로 현대모비스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거셌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에 위치해 있으나, 정의선 회장이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그친다. 정 회장의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야 하는 만큼, 다른 주주들의 이해관계와는 상충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도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을 추진하다 현대모비스 저평가 논란으로 이를 철회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밑작업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회사 신설 계획에 대해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 측면에서의 해석도 가능하다”며 “최근 이어지는 현대모비스의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는 과거와 다르게 지배구조 개편의 공식을 바꾸고 활용 가능한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고 짚었다.

■ 하청노조 포함된 미래차위원회 통합운영 반영 의미도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리스크 대응과 현대모비스 ‘통합생산전문회사’(하청업체)에 조직된 노동조합의 ‘통합운영’ 요구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산전문회사 13곳에 조직돼 있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10개 지회는 고용안정·생산안정을 목표로 2017년부터 공동으로 대응해왔다. 지회들은 ‘하청 노조’로서는 이례적으로 현대모비스에 산업전환 대응을 위한 ‘미래차위원회’ 운영을 제안하고, 2020년부터 노사공동으로 운영해왔다.

지회들은 미래차위원회를 통해 회사에 생산전문회사 통합운영을 요구했다. 안재연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화성지회장은 “생산전문사는 사실상 결정권한이 없고 실질적인 결정은 현대모비스가 해왔다”며 “이러한 수직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 하나의 회사에서 생산과 경영을 함께 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통합운영을 요구해왔고, 이번 계열사 설립 결정은 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차위원회 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온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노동자들이 고용된 회사가 대기업화되기 때문에 처우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물량과 일자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안정에도 의미가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불법파견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고, 산업 전환기에 더욱 중요한 노사관계 문제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기자들이 직접 보내는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동물 사랑? 애니멀피플을 빼놓곤 말할 수 없죠▶▶주말에도 당신과 함께, 한겨레 S-레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