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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책꽂이] 부모들이여 안심하라,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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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로버트 러바인·세라 러바인 지음, 눌민 펴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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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경찰이 한 어머니를 체포했다. 덴마크 출신인 그녀가 레스토랑에서 남편과 밥을 먹는 동안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식당 밖에 뒀기 때문이다. 학대로 여겨진 것인데, 아기 엄마는 “내 고향 코펜하겐에서는 다들 이렇게 키운다”고 주장했다. 사실이었다.

요즘 부모들은 좀 과하게 불안해 한다. ‘헬리콥터 양육’ ‘집중 양육’ 등으로 ‘노예가 된’ 부모가 많다. 이유가 뭘까? 심리·교육·양육 인류학 분야에서 저명한 하버드대 교수이자 학자 부부인 저자는 이에 대해 “아동 발달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은 과장돼 있으며, 소위 아동 교육 전문가 집단이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부모가 아동 발달의 모든 단계에 연연해하고 몸달아하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잘 성장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잘못된 믿음이 성장초기의 ‘애착이론’이다. 저자들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지의 소규모 사회를 현지조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 미국인 중산층 가정의 양육 방식과 딜레마들을 파헤쳤다. 그래서 원서의 부제가 ‘미국의 가족은 그냥 안심하고 쉬어도 된다(American families should just relax)’다. 미 중산층의 사고방식과 오늘날 한국 부모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덴마크의 양육방식이 독립성을 강조했다면, 아프리카 어머니들은 아이를 평온하고 차분한 상태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물건보다는 사람에 더 민감한, 말을 잘 듣고 공손한 어린이로 키우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어머니들은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며 중요하다고 믿었다. 책은 미국 가정의 부모들은 전문가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 결과 “초기부터 아기와 눈 맞춤을 하고 놀이기구를 던져주고 말을 하게끔 함으로써 아이를 언제나 흥분 상태에 있게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이한 목표와 전략이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다르게 만든다는 뜻이다.

책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도 늘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아이의 앞날을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에게 전문가들의 경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여러 문화의 사례를 통해 ‘부모소서의 짐을 덜어내는 여유’를 가지라고 권한다. 양육을 두렵고 무거운 ‘짐’으로 여기지 말 것.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회복탄력성’을 갖고 있음 믿고 안심하라는 얘기다.

아이를 잠시 혼자 두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부모의 불안함과 이를 아이들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2만8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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