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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경 인터뷰] 판교는 포화상태…대체할만한 창업밸리 메타버스에 구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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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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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이 '내수용'으로 머물러 있는 한 전통산업과 마찰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수 있는 유니콘을 키워야 합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는 20일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벤처기업가 출신으로 누구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지금 한국 유니콘 기업이 32개라고 하지만 대부분 더메스틱(내수) 시장에 한정돼 있고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유니콘이 없다"며 "시장 규모가 정해져 있는 대한민국에 계속 내수용 유니콘만 나오면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이 국경 밖으로 뛰쳐 나가야 하는 건 필연적인 과제로 중기부가 이를 앞장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테르텐을 창업해 20년간 운영한 벤처기업가 출신으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장 등을 역임한 스타트업 전문가다. 올해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사업 등 시급한 현안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그는 내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의 세계화(글로벌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임 100일을 맞아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청년들에게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국 경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 만든 서비스나 기술로 성공해서 얻는 가치가 비트코인이나 부동산 투자로 얻는 가치보다 높아야 청년들이 불행한 '영끌'에서 벗어나 창업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개척하고 벤처 규제를 과감히 풀어 혁신의 가치가 부동산의 가치를 이기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임기 내 조성해 나가겠다.

―세계적인 유니콘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복안이 있는지.

▷해외에 진출해서 투자를 받으려면 먼저 신뢰를 얻고 네트워크를 쌓아야 한다. 신뢰를 얻기 위해 정부(중기부)가 앞장서서 기업과 함께 해외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스타트업 서밋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연례 행사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아랍에도 갈 예정으로 현재 5개 국가와 접촉 중이다. 얼마 전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정부가 모태펀드 규모를 축소한다는 발표를 걱정하더라. 그래서 모태펀드 금액이 적으니 많으니 따지기보다는 같이 외국에 손잡고 나가자고 했다. 중기부가 앞장설 테니 전 세계 돈을 펀드레이징(투자금 모집)하러 가자는 것이다.

―다음달 뉴욕에서 발족하는 한미 글로벌 벤처펀드의 의미는.

▷지금까지 스타트업 투자는 한국에 있는 기업에 한국 돈으로 투자하고 직원들도 한국인인 한마디로 '교집합'이 너무 많았다. 스타트업 투자는 교집합이 아닌 '합집합'으로 해야 한다.

예컨대 창업가는 한국인이고 투자받은 돈은 미국 자본이고 직원들은 모두 외국인인 미국 현지 스타트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해서 브랜치(지점)가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지면 더 많은 한국 젊은이가 합류해서 임원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건 미국에 있어도 결국 대한민국 벤처기업이다. 국내외 상관없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글로벌 유니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포화 상태 판교 디지털밸리의 대안으로 가상공간에 '디지컨 밸리'를 만든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시대가 바뀌었으니 스타트업 육성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벤처밸리를 꼭 판교나 다른 물리적인 공간에 만들 필요가 없다. 디지털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지식산업 스타트업들을 위한 K스타트업 밸리, 이른바 '디지컨 밸리'를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료를 내는 게 아니라 메타버스상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작업할 수 있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콘셉트다. 입주하는 크리에이터나 콘텐츠 기업은 그 유틸리티 사용료만 내면 된다. 아니면 일단 무상으로 쓰고 사업이 성공하면 수익을 정부와 10% 정도 공유하는 시스템도 가능하다. 내년에 계획해서 예산을 만든 뒤 내후년 정도에 실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이 전통산업과 충돌하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데 중기부 장관으로서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취임 후 플랫폼 기업들을 계속 만나면서 상생모임을 만들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15개 업체 정도 만났는데 대부분 뜻을 같이하고 방법을 찾겠다고 한다. 플랫폼 업체들이 모여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는 '상생 선포식'을 9월 둘째 주에 할 예정이다.

카카오, 배민 등 지금까지 만난 플랫폼 업체들이 모두 참여한다. 플랫폼 기업이 더 이상 사회적 '약탈자'로 남지 않고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다.

또 플랫폼 기업이 제안한 소상공인 관련 사업을 론칭해 거기서 나온 수익을 소상공인과 공유하는 민관 협력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도 이용자를 늘리려고 계속 적자를 내면서 힘들었는데 770만명 규모 소상공인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중기부가 열어준다고 하니 고마워한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좋은 사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용산을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서울시의 구상에 동의하는지.

▷가상세계에서 창업하겠다는 이들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리적 공간은 어디가 됐든 중요하지 않다. 용산 역시 눈여겨보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특히 벤처 창업 대부분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몰려 있다. 그래서 서울시가 어떤 무대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변화를 견인하기에 굉장히 좋다. 그런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판 블프 '동행축제'로 확대…납품대금 연동제 정착에도 노력

원자재값 올라 中企 고통 가중
새 거래관행 자리잡게 할것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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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취임 2주 만에 23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을 시작한 이 장관은 납품대금 연동제 등 고질적 난제를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을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 '7일간의 동행축제'에서도 호연지기의 자세로 '상생' 철학을 현실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하자마자 첫 미션으로 준비했던 손실보전금 지급 성과를 설명해 달라.

▷손실보전금은 폐업일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 대상에 연 매출 50억원 이하 중기업을 추가하는 등 이전 방역지원금 대비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특히 연간 또는 반기별 매출 등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약 36만개사를 추가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손실보전금이 큰 도움이 됐다는 목소리를 들으면 큰 힘이 난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이의신청 접수와 검증을 통해 불공정한 사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동행세일의 경우 대형 유통업계는 소비 증가 효과가 컸지만 전통시장에서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는 어떻게 달라지나.

▷작년 동행세일이 전통시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고객 호응이 좋은 공연 등 현장 행사 대신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됐다. 축제 기간 전통시장 이벤트 페이지(시장愛)에 총 26만810명이 방문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아무래도 상인들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많은 전통시장이 동행축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고객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명칭도 앞서 개최됐던 '동행세일'에서 '7일간의 동행축제'로 바꿨다. 올해 행사에는 백화점 8개사, 대형마트 12개사, 면세점 10개사와 KTX 서울역·부산역 등 주요 공공 판매망이 참여한다. 또 60개 민간 쇼핑몰과 60개 정부·지방자치단체 공공 온라인몰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업체 약 5000곳의 제품을 판매한다.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온라인 행사에서는 최대 80%의 할인 혜택을 준다.

―중기업계 숙원인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사업이 곧 시작된다. 실효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지난 11일 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하기 위해 연동 특별약정서와 시범운영 안을 발표했다. 중기부가 시범운영을 하는 목적은 우선 일부 기업에라도 신속하게 연동제를 시행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오래전부터 중소기업계가 요청했고, 14년 전에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도입되지 못했다. 정부 주도로 연동 특별약정서를 만들어 보급하고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것도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납품대금 연동제가 새로운 거래 관행으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 확대와 법제화 등 연동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 이영 장관은…

△1969년 서울 출생 △광운대 수학과 △KAIST 대학원 수학과(석사) △KAIST 대학원 수리과학과(박사) △2000년 주식회사 테르텐 창업 △2010~2020년 주식회사 테르텐 대표이사 △2015~2017년 한국여성벤처협회장 △2015~2017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16~2017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2017~2021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2020~2022년 제21대 국회의원 △2022년 5월~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연호 기자 / 정지성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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