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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현재의 '한국형 재정준칙'은 한계…관리재정수지로 기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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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산식 단순화 필요…관리재정수지 적자 GDP 3% 이내로"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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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이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한국형 재정준칙'을 놓고는 전면 수정 입장을 밝혔다.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한 2020년식 재정준칙은 인구 고령화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가 급변할 것이 예상되는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준칙 콘퍼런스'에서 "전 정부가 제안한 재정준칙은 수량적 한도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재정 오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재정준칙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며 "현 정부가 아무리 엄격하게 재정을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5년 뒤 등장하는 새 정부가 대통령령을 개정하면 재정준칙은 곧바로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의 궁극적 목표가 우리 재정의 지속·유지인 만큼 짧은 임기의 정치인들이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옥 교수는 헌법에 재정준칙의 구체적 내용을 규정한 독일을 모범사례로 들며 "국가재정을 일반재정과 사회보장성기금으로 양분해 전자에 대해서는 '연도별 수지균형'을, 후자에 대해서는 '세대 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정부 준칙안의 한계를 온전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준칙을 국가재정법상 의무조항으로 법률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전의 불투명한 복합산식을 단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재정총량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제약은 통합재정수지가 아니라 국가채무에 직결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국제표준에 더 부합한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중장기 재정경로를 볼 때 적정부채 규모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근거가 명확지 않아 합리적이지 않고 논란만 야기할 수 있다"며 "너무 낮은 부채 상한선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지 않고 높은 비율은 통제력이 없어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채무 비율에 단순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은 피하되, 재정지출 증가율을 명목성장률에 준하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지출준칙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춘순 순천향대 미래융합대학원장도 "사회보장기금수지가 제외된 관리재정수지를 수지지표로 활용한다는 것은 재정수지의 실체적 수치를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선택"이라면서도 "2040년 전후 국민연금수지의 적자전환 이후에는 관리재정수지가 실효적 재정수지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새로운 재정수지 채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준칙의 구속력 확보를 위해 한도를 법률로 명시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김 원장은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현실적으로 따를 수 있는 기준제시가 필요하다"며 "재정수지 3%룰을 설정하는 경우에도 경기변동 등 일시적 증가분을 제외할 수 있는 법률적 기준을 만들고, 국가비상사태 등 위기 시에는 유럽연합(EU) 등 다수 선진국처럼 재정준칙 시행의 일시적 유예조항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기적 책임 확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미국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매년 달성해야 할 균형예산과 적자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예산은 자동삭감 조치를 받게 된다"며 "'무늬만 재정준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재정준칙에 실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조만간 재정준칙 최종안을 확정하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9월 정기국회에서 이 같은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내년부터 재정준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 적자 폭을 2%로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60% 이내로 수렴되도록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안선영 기자 asy72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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