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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아니 28년이요?…보문산은 쳐다보기도 싫어요” 대전고 레전드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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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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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사직, 고봉준 기자] “축하드립니다, 수석코치님.”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맞대결이 열린 17일 사직구장. 경기를 앞두고 원정팀 두산 벤치에서 때아닌 축하 인사가 오갔다. 멋쩍은 미소를 지은 주인공은 강석천(55) 수석코치. 이날 승전고를 울린 모교 대전고를 대신해 몇몇 선수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김의수 감독이 이끄는 대전고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전주고를 7-4로 누르고 정상을 밟았다. 무려 28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 그만큼 대전고 선수단은 물론 동문들에게도 크나큰 경사로 남았다.

멀리 부산에서 원정을 치르고 있는 강 코치도 후배들의 우승 소식을 접했다. 이날 만난 강 코치는 “정말 자랑스럽다. 요새 학교들이 많아져 우승하기가 더 어려울 텐데 이를 이겨내고 정상을 밟았다니 대견하다”고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이어 “후배인 김의수 감독이 구대성과 동기로 알고 있다. 또, 김 감독의 부친께서 공주고와 대전고, 원광대에서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으신 고(故) 김영빈 감독님이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령탑으로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말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코치는 이번 우승이 몇 년 만인지를 되물었다. 1994년 대통령배 이후 28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니 언제 28년이 흘렀나. 세월이 참 빠르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강 코치는 대전고가 자랑하는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정구선을 시작으로 이광길, 한대화, 가득염, 구대성, 정민철로 이어지는 전설의 계보에서 중추를 맡고 있다.

대전고 시절부터 3루수로서 두각을 나타낸 강 코치는 1985년 인하대로 진학한 뒤 1989년 고향팀 빙그레 이글스의 1차지명을 받고 프로로 데뷔했다. 이어 2003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때까지 통산 1458경기에서 타율 0.278 93홈런 542타점 670득점으로 활약하며 이른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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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의 우승 소식을 듣고 모처럼 자부심을 느꼈다는 강 코치는 자신의 학창시절도 어렴풋이 되돌아봤다.

강 코치는 먼저 “우리 때는 4강 한 번 올라가기가 어려웠다. 굵직한 스타들은 그래도 꽤 많이 배출했지만, 이들이 함께 뛴 해가 거의 없어서 전력이 그리 강하지는 못했다. 또, 그때는 4강까지 가야 대학 진학 요건을 채울 수 있어서 죽기 살기로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사령탑이신 김왕배 감독님께서 얼마나 힘들게 훈련을 시키셨는지 모른다. 지금도 기억 남는 일화는 보문산 등반이다. 그 꼭대기까지 최소 일주일 중 하루 이틀은 전력으로 달려야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체력이 뛰어나지 않던 시절이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보문산을 쳐다도 보지 않는다”고 웃었다.

2000년대 들어 박희수와 윤규진, 신재영, 조상우, 이재희 등 실력파 선수들을 계속해 배출하고 있는 대전고는 이번 대통령배 우승으로 한 단계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모교는 물론 동문들의 지원에도 힘이 붙을 전망이고,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북일고와 함께 충청권 야구 부흥을 이끌 수 있다는 장밋빛 예측도 나온다.

강 코치는 “사실 대전고가 최근 학교를 옮길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일이 잘 해결돼 역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며 “다시 한번 후배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다. 앞으로도 이 기운을 이어가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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