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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안정시켰다’ 자평한 尹에 원로 경제학자 “도대체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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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아무 것도 한일 없는 게 뻔한데 자신의 치적이라 주장하는 건 염치 없는 일”

“이 정부가 제일 능사로 하는 일은 ‘MB 정부 따라하기’이다”

세계일보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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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집값 안정 자평‘에 대해 “이 정부가 집값과 전세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그런 뜬금없기 짝이 없는 자랑을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국내 원로 경제학자로 국내 경제학 전공자들 대부분은 그가 저술한 경제학원론과 미시경제학 교과서로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이 명예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이같은 주제의 글을 올렸다. 우선 이 명예교수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으로 폭등한 집값과 전세값을 안정시켰다는 것을 들었는데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이 정부가 해온 언동은 집값과 전세값 안정과는 반대되는 방향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줄여 계속 다주택상태를 유지해도 되게 만들어 줬다든가, 투기를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시킨다는 등의 조처 말이다”며 “내가 늘 말하는 것이지만, 투기수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는 백약이 무효인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 3년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사상 초유의 주택가격 상승이 일어났고 그 결과 정권까지 잃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런데 주택시장의 사이클도 언제나 정점에 머물 수는 없고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꺼질 줄 모르고 불붙던 투기수요도 주춤하게 되는 법”이라며 “내 생각으로는 윤 대통령의 취임 직전이 바로 정점에서 내려와 아래쪽으로 하락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이라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상황은 MB정부 초기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고, 따라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택가격이 주춤하기 시작했던 것”라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더군다나 이번에는 급격한 금리 상승까지 일어나 갭투자를 통한 주택투기가 더 이상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게 되는 상황 변화까지 일어났다”며 “이 금리 상승은 윤석열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취한 조처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약해 말하자면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세의 진정은 시장이 정점을 찍었고 금리 상승까지 일어나 생긴 결과일 뿐”이라며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게 뻔한데 이걸 자신의 치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명예교수는 “내가 보기에 이 정부가 제일 능사로 하는 일은 ‘MB 정부 따라하기’이다”며 “부자감세며 부동산 규제 완화 등 MB 정부가 했던 일을 그대로 따라만 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냉철하게 따져보면 MB 정부 5년은 결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지 않겠나”며 “오히려 MB 정부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판에 맹목적인 따라하기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안고 있는 비극의 핵심은 바로 이와 같은 냉탕-온탕 정책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며 “우리 정치인들이 조금만 더 긴 안목으로 일관성 있는 주택시장 정책을 펴왔다면 이런 비극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몹시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MB정부가 했던 것처럼 주택투기를 조장하는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면 다시 주택시장을 부양하려는 근시안적 충동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악순환의 새로운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고,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 주거비용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고통은 참기 힘든 수준까지 극심해질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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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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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정부는)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며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없도록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 강화에 노력했다”노 자평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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