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백신 접종하면 코로나19 등 전염병 예방에 효과”

美연구팀, 제1형 당뇨 환자 등 대상 연구서 효과 입증

“백신이 인체 면역체계 강화…코로나19 감염률 낮춰”

백신 접종. 게티이미지뱅크

결핵 예방 백신인 BCG 백신을 접종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다른 전염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BCG 백신이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팀은 BCG 백신 예방접종이 코로나19와 기타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지난 15일 게재됐다.

BCG는 소에서 분리한 결핵균(Mycobacterium bovi)을 비병원성(무독성)으로 만들어 결핵에 대한 면역을 형성하도록 만든 결핵예방 백신이다. BCG 백신은 특히 소아의 결핵과 결핵성 뇌수막염 등 중증 결핵과 다양한 감염병 발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1921년 처음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해 역사상 가장 많이 접종한 백신으로 알려졌다. 여태껏 전 세계 30억~40억명이 BCG 백신 예방 접종받았으며 매년 신생아 1억2000만명이 접종받는다.

백신.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반인 2020년 1월부터 제1형 당뇨병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BCG 백신 접종력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최소 3번 이상 BCG 백신을 맞은 96명 중에서는 단 1명(1.04%)만이 코로나19에 걸렸고, BCG 위약(가짜약)을 여러번 접종한 48명 중에서는 6명(12.5%)이 확진돼 대조를 이뤘다.

논문 주저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데니즈 파우스트만 박사는 “시험은 소규모였지만 결과는 모더나와 화이자가 만든 (코로나19용)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들만큼 극적”이라고 언급했다.

파우스트만 박사는 “당뇨 환자들이 많이 겪는 방광 감염, 독감과 감기, 기도 감염, 부비강 감염 등이 크게 줄어든 것도 확인했다”며 “BCG 백신이 숙주(인체)의 면역 반응을 더 기민하고 준비된 상태로 재설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성 대사질환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은 감염병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국제학술지 ‘면역학의 개척자’(Frontiers in Immun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폐 질환과 같은 건강 문제가 있는 그리스인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BCG 백신이 코로나19 감염률을 3분의 2 수준으로 낮추고 다른 호흡기 질환 감염률도 감소시키는 결과가 도출됐다.

다만 네덜란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각각 의료 종사자 1500명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는 BCG 백신이 코로나19 발병률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호주와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브라질 공동 연구진은 의료 종사자 약 1만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수개월 내로 결과가 확인될 전망이다.

임상시험 연구단장인 호주 멜버른 대학의 나이절 커티스 교수는 “백신에 의도치 않은 효과가 있다는 점에는 논란이 없다”면서도 “그 효과가 얼마나 깊은지나 임상적 효능을 뜻하는지 등은 대단히 다른 의문점”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BCG 백신이 더 보편적이고 넓은 범위의 병원균을 막아낼 가능성에 주목, 현 코로나19 예방보다는 다음에 닥칠 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할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연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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