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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넷이 영화관 가면 8만원…“흑자라면서 티켓값 안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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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영화산업 적자위기에 2년새 3차례 4천원↑

2분기 멀티플렉스 3사 흑자전환 속 관객 원성

대작만 극장 N차 관람, 작은 영화 OTT행…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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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후 다시 붐비는 극장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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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광복절 연휴에 네 식구가 다함께 2디(D) 일반관에서 <한산>을 봤는데, 티켓값만 6만원이더라고요. 팝콘에 콜라 가격까지 합쳐 8만원 가까이 드니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아무리 고물가 시대라지만, 이제 영화 한 편도 마음대로 못 보겠구나 싶더라고요.”

경기도 부천에 사는 조아무개(54)씨는 코로나19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영화관 나들이를 했다가 훌쩍 오른 티켓 가격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조씨는 “앞으로는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고를 때 더 고심하게 될 거 같다. 취향에 안 맞는 영화도 가볍게 보며 극장에서 졸기도 했던 예전이 그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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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만명을 동원하며 2022년 최대 흥행작이 된 <범죄도시2>.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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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핫 시즌인 여름 성수기를 맞아 <외계+인> <한산> <비상선언> <헌트> 등 4편의 텐트폴 영화가 모두 개봉했지만, 무섭게 오른 티켓 가격에 극장 찾기가 부담스럽다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 2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겪으며 누적된 적자 탓에 씨지브이(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3차례나 티켓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일반관은 주중 1만4천원, 주말 1만5천원이고, 포디엑스(4DX), 아이맥스(IMAX) 같은 특별관은 평일 2만2천원, 주말 2만3천원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일반관 기준 주중 1만원, 주말 1만1천원이었던 것에 견줘 2년 사이 4천원이 오른 셈이다.

멀티플렉스 3사는 티켓 값 인상 때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영업시간 제한과 띄어앉기 등으로 관객이 급감했고, 주요 기대작들의 개봉이 줄줄이 미뤄지며 영화 산업 전체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2억2668만명이던 연간 누적관객수는 2020년 5952만명, 2021년 6053만명으로 줄었고, 2019년 1조9140억원에 이르렀던 매출액 역시 2020년 5104억원, 2021년 5845억원으로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 기간 동안 멀티플렉스들은 인력을 30% 이상 감축하고, 일부 상영관의 문을 닫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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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볼거리로 엔(N)차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773만 관객을 동원한 <탑건: 매버릭>.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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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잦아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올해 2분기엔 멀티플렉스의 수익도 반등 국면으로 들어섰다. 씨제이 씨지브이는 국내 2분기 영업이익(8억원)이 흑자 전환했고, 국내 매출 역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57.8% 뛴 191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1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57억원) 대비 462억원 늘었고, 매출액 역시 1214억원에 달했다. 메가박스도 상황은 비슷해, 2분기 매출이 59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62.4% 늘었고,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117.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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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산>은 624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름 성수기 영화 가운데 최고 성적을 기록 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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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멀티플렉스들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해도 티켓 가격이 다시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왓챠 등 낮은 문턱으로 극장을 대체할 오티티 시청에 익숙해졌기에 티켓 값 인상 폭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전에는 1주일에 1회 극장을 찾았다는 이아무개(34)씨는 “한 달에 1만원 남짓인 오티티를 구독하면 무제한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데, 그저그런 영화를 보려고 비싼 돈 내고 극장에 갈 이유가 없다”며 “<탑건: 매버릭>처럼 사운드와 화면 크기가 중요한 영화만 극장에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관객인 조윤아씨 역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작은 영화는 오티티에 공개될 때 보면 된다”며 “작은 영화 여러 편 볼 돈으로 스크린 몰입감이 좋은 대작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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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흥행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둔 영화 <브로커>. CJ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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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작 영화는 엔(N)차(같은 영화를 여러 차례 관람) 관람객이 몰리고, 중소규모 영화는 아예 외면을 받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박스오피스를 보면, 1269만 관객이 든 <범죄도시2>와 773만 관객을 넘어선 <탑건2>, 624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인 <한산>, 588만을 넘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 대작을 빼곤 흥행에 성공한 중소규모 영화가 전무하다.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기대를 모았던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조차 183만명, 126만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이름값 높은 감독들의 영화도 흥행에선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 것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방식이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대작 영화로의 관객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경우, 예술성과 작품성이 높은 한국 영화가 계속해서 제작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티켓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해도, 인력 감축 등으로 인해 멀티플렉스의 서비스 질이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불만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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