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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Y초점] '헌트' 감독 이정재가 고뇌한 '역사'와 '영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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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고 있는데...난 아저씨처럼 살지 않을 거야."

영화 '헌트'에서 대학생 조유정(고윤정 분)이 안기부 해외 팀장 박평호(이정재 분)에게 내뱉는 말이다. 조유정은 친구들처럼 민주화 시위에 가담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조용히 돕는 한편 자신을 거둬준 박평호를 향해 "독재자의 하수인"이라고 외친다.

YTN star와의 인터뷰에서 '헌트' 감독 이정재 씨는 유정과 평호를 통해 세대 갈등, 나아가 소통까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평호는 다음 세대인 유정이 자신과 다르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의 정체를 알면서도 끝까지 유정을 버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즉, 감독이 말하는 '젊은 세대' 조유정은 '헌트'가 지향하는 변화의 당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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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사건들을 더 쪼개어 들여다보자. 군부독재를 배경으로 한 '헌트'는 한국 첩보액션이 흔히 다뤄온 분단의 갈등 또한 기본 소재로 깔고 있다. 극중 스파이명 '동림'에서 연상되는 동백림 북한 공작단 사건부터 북한 장교 이웅평 월남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아웅산 테러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현실감을 높였다. 인터뷰에서 이정재 씨는 "80년대를 소재로 하면 배우 커리어에 흠이 갈까 싶어 고민도 많았지만, 등장인물들의 동기를 가장 명확히 설명하고 액션영화의 볼거리를 잘 부각할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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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83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서 시작한다. 안기부 해외 팀장 박평호와 군 출신인 국내 팀장 김정도(정우성 분)는 서로에게 앙금이 깊다. 대북공작이 계속 실패로 돌아가자 새 안기부장은 두 사람에게 조직 내부 스파이 '동림'을 색출하라고 지시한다. 해외팀과 국내팀은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헌트'는 이렇게 간첩 소재를 조직 내 정치 싸움으로까지 넓힌다.

극중 이웅평 월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신에서는 배우 황정민 씨의 깜짝 출연이 눈길을 끈다. 국경을 넘어 귀순한 공군을 취조하는 장면, 서로가 보이지 않는 거울 벽을 향해 고함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당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사건의 분위기를 추측할 수 있다.

'사냥하지 않으면 사냥감이 된다'는 현실에 놓인 두 사람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 사건을 마주하고 극은 클라이막스를 향한다.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역에서의 테러를 연상 시키는 장면은 영화에선 태국을 배경으로 한다.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실제 아웅산 테러를 극의 클로징 사건으로 배치한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낸다.

이정재 씨는 "아웅산 테러는 피해자가 너무 많은 사건이고, 유족들도 살아계시니 이걸 재현하는 건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각색 과정에서 배경을 태국으로 바꿨고 거대 폭발이 일어나기 전 행사장에 참여한 국내 내빈들이 버스를 타고 빠져나가서 살아남는 장면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시대의 서사를 차곡 차곡 쌓아가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실제 사건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다시 풀어냄으로써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하고 여러 개연성들로 역사를 재해석하게 만든다.

'헌트'는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앞서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을 시작으로 다음달 토론토 국제 영화제, 판타스틱 페스트 2022 등에도 초청됐다. 이는 '헌트'가 정치적 목적과 수단, 대의와 윤리적 실천 등에 물음표를 던진 것이 전세계적으로 통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탄일 것이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YTN star 공영주 (gj9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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