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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증상 없이도 발견...강수연 목숨 앗아간 그 병, 10년새 5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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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수연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목숨 앗아간 뇌동맥류

40대 초반 여성 최모씨는 최근 건강검진 목적으로 뇌혈관 MRI 검사를 받은 후 고민에 빠졌다. 부친이 뇌출혈로 일찍 세상을 떴기에 혹시나 해서 찍었는데, 거기서 5㎜ 크기의 뇌동맥류가 발견된 것이다. 두 군데 대학병원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어찌할지 문의했으나, 예방적으로 제거하자는 의견과 지켜보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최씨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나 영화배우 강수연씨가 뇌동맥류 파열 환자였다는 뉴스를 접하고 제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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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뇌동맥류 어찌할까

최근 건강검진에서 뇌MRI를 찍는 사람이 늘면서, 우연히 무증상 상태로 발견되는 뇌동맥류가 크게 늘고 있다. 2009년 2만명이던 환자가 2019년에는 11만5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10년 새 5.5배 늘었다. 오창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비(非)파열 뇌동맥류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90명 정도다(2016년 기준). 한 해 신규 암 발생의 3분의 1 수준이다. 평생 동안 100명 중 2~4명꼴로 발생한다고 본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내피에 선천적 결함이나 동맥경화 틈을 혈류가 비집고 들어가 뇌동맥 한쪽이 꽈리 풍선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파열 시 대거 뇌출혈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발견된 뇌동맥류가 모두 파열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1% 정도가 출혈을 일으킨다. 60대에 가장 많이 발견되고, 터지는 환자는 70대에 많다. 흡연자이거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거나, 직계 가족에 뇌동맥류 출혈 환자가 있으면, 파열 위험이 커진다.

일본뇌신경외과학회 분류 기준에 따르면, 뇌동맥류 크기가 클수록 파열 위험은 높아지는데, 지름 3~4㎜인 뇌동맥류의 파열 위험을 1로 봤을 때, 7~9㎜는 3.4배 높다. 10~24㎜는 9.1배 높다. 25㎜ 이상이면 76.3배 높다. 모양이 불규칙적이어도 파열 가능성이 높다. 대개 뇌동맥류가 작고, 잘 파열되지 않는 곳에 있고, 모양도 얌전하면 경과 관찰을 한다. 1년에 한 번 뇌혈관 MRI 검사를 해서 크기와 모양이 변하는지를 본다.

◇파열 차단 예방적 치료법

뇌동맥류 크기가 5~7㎜ 이상이면 파열을 차단하는 예방적 치료를 하게 된다. 그보다 작더라도 뇌동맥류가 뇌신경을 압박해 한쪽 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뇌동맥류 입구가 좁고 직경이 큰 모양일 경우에는 파열 위험이 있어 예방 치료를 한다.

예방 치료는 뇌동맥류 안에 가느다란 철사 코일을 돌돌 말아서 채워 넣는 코일 색전술을 가장 많이 한다. 사타구니 옆 동맥에 가느다란 줄 카테타를 넣어서 뇌혈관까지 밀어 올린 후, 뇌혈관 조영 영상을 보면서 뇌동맥류 안을 철사 코일로 메운다. 그러면 혈류가 차단되어 파열 우려가 없다. 전신 마취 없이 하고, 두개골을 열지 않는다.

뇌동맥류 입구가 너무 넓어서 철사를 그 안에 안착시킬 수 없을 때는 인조혈관 형태의 스텐트를 뇌동맥류 자리에 설치하여 혈류를 차단하는 방법을 쓴다. 이 시술 또한 사타구니 옆 동맥을 통해 한다. 최근에는 뇌동맥류 안으로 들어간 철사가 잘 고정되어 있도록 다양한 지지대를 사용한다. 뇌동맥류가 이런 중재적 시술을 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파열 위험이 매우 크면, 수술을 한다. 두개골을 열고 들어가 뇌동맥류 입구에 클립을 끼워 혈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이다.

‘우연히 발견된 무증상 비파열 뇌동맥류 관리’ 연구 논문을 쓴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정은 교수는 “뇌동맥이 파열되면 경미한 두통에서 극심한 두통, 구토, 의식 저하, 심장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며 “파열 시 70% 정도의 환자는 최선의 치료를 받아도 신경학적 장애 내지 사망에 이르게 되므로 파열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하게 대학병원 응급실로 와서 뇌동맥류 파열 여부를 바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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