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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쇼' 피하려다 '맥' 빠진 회견…한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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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첫 회견을 놓고 평가가 이렇게 엇갈리는데, 오늘 현장에서 직접 회견을 본 김정우 기자에게 자세히 물어보겠습니다.

저도 회견을 지켜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던데, 현장 기자들의 평가는 어땠습니까

[기자]
현장에선 내용과 형식 모두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진솔한 반성과 앞으로 어떻게 국정운영을 쇄신할 지 대통령의 구상을 듣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꼽아달라는 첫 질문에도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했고, 인사문제에 대한 질문에도 '인적쇄신을 정치적 목적으론 안 한다'는 답변뿐, 구체적인 방향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앵커]
이준석 전 대표 문제도 질문에도 즉답을 안하던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좀더 솔직한 생각이 궁금했어요.

[기자]
'민생에 매진하다보니 정치적 발언은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답을 했고, 이 전 대표도 비아냥 대듯 똑같은 답을 했죠. 윤 대통령이 여권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는 건 진솔한 답변으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여권 전체에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고, 문자 공개로 인해서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논란 속으로 빨려든 측면도 있는만큼 국정 책임자로서 유감 표명 정도는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앵커]
질문에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서요? 그래서인지 좀 어수선한 느낌도 있었어요.

[기자]
네, 기자들끼리 사전에 미리 질문이나 질문자를 조율할 경우 '짜고 한다'는 비판 소지가 있어서 즉석에서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회견 전 기자들이 예상한 민감한 질문으론 이준석 전 대표 문제와 함께 내부총질 문자 논란, 윤핵관 그룹에 대한 입장, 김건희 여사의 역할론과 같은 게 꼽혔는데, 시간이 짧은데다 몇 개 안 되는 질문마저 외신에게 많이 가면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한 질문이 충분히 나오지 못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모두 발언 때 아래를 보면서 원고를 읽던데, 프롬프터 없이 진행했었나요?

[기자]
윤 대통령은 프롬프터 없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자들의 눈을 마주쳐가며 설명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고 내용 전달에 신경을 쓰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연설문을 읽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에게 꼭 직접 국정을 설명해야 한다면, 감성을 자극하고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치밀한 기획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앵커]
과거 정부 때는 청와대에서 하다 이번에는 장소가 바뀌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기자]
네, 용산 대통령실에서 평소 활용되던 브리핑룸을 그대로 쓴 건데요. 과거 청와대 시절 춘추관이나 영빈관에 비해 규모가 작습니다. 당초 외부 잔디광장이나 강당, 로비 등 여러 장소를 놓고 검토했지만, 쇼가 아니라 내용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브리핑 룸을 장소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앵커]
물론 문재인 정부 때는 탁현민 비서관이 개입해서 정치쇼로 만든다는 지적도 있긴했지만, 오늘 회견은 짜임새가 좀 부족해보이던데 현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기자들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배경음악까지 동원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섬세한 연출이 분명히 필요할 겁니다. 물론 윤 대통령이 '쇼'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크기도 하고, 진솔한 대화를 강조했다고는 하지만, 홍보수석실의 기획력이 부족했던 걸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김정우 기자(hg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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