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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하루 3만원 관리가 인생을 좌우한다 [책방지기의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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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히카 지음, '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편집자주

'문송하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건 인문학적 교양입니다. '문송'의 세계에서 인문학의 보루로 남은 동네책방 주인들이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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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반토막 나서 반년치 월급이 마이너스가 되었어요", "서울에 방 한 칸 구하기 어려워 평택에서 왕복 4시간씩 출퇴근합니다", "흙수저로 태어나 여행 한 번 안 가고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몇 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올봄 '청년, 책의 해'를 맞아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3개월간 청년들에게 경제관련 책을 무료로 보내주었는데, 미리 사연을 받았다. 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에서 보내온 사연들을 읽는 동안 나의 20대 초반이 생각났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다. 과외 구하기 경쟁이 치열해 왕복 3시간이 넘게 지하철을 타고 가서 1시간 반 동안 수업을 했다. 대학가 호프집에서 새벽까지 서서 일하고, 충무로 애견거리 가게에서 밤새 강아지들이 싸 놓은 똥을 치우기도 했다. 취직도 녹록지 않은 IMF세대, 버스 타고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형형색색 빛나는 아파트 불빛이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 같았다. 최저시급이 2,000원도 되지 않았던 그때,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돈을 모으는 방법도, 쓰는 법도, 불리는 방법도 전혀 몰랐고 공부할 생각도 없었다.

"사람의 인생은 3,000엔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있단다."

이런 할머니의 지론으로 시작되는 일본 소설 '할머니와 나의 3천 엔'은 전 세대를 관통하는 '돈 문제'를 쉽고 친절하게 들려준다.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라 마냥 편하게 읽을 수만은 없다. 한국 돈으로 약 3만 원의 소액으로 무언가를 사고, 무엇을 하는지가 쌓이면 인생이 된다는 것이다.

중견 IT기업에 다니는 20대 주인공은 취직 후 1년쯤 되었을 때 평소 살아보고 싶었던 동네로 독립해 나가게 되면서 여러 계획을 세운다. 멋지게 도시락도 싸서 다니고 강아지도 키워야지. 그러던 와중에 유능하고 상냥했던 40대 선배가 정리해고를 당한다. 장기 근속자라 월급은 높지만 독신인 데다 어머니 소유지만 집도 있으니 남은 동료들은 쉽게 마음의 빚을 덜어버린다. 주인공 미호는 직장이 장밋빛 미래를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언니와 할머니를 관찰하며 돈을 모으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30대인 언니는 증권사에서 일하다가 결혼과 함께 퇴사하고 소방관인 형부가 벌어오는 적은 월급으로 딸 하나를 키우는 짠돌이 주부다. 월급은 많은 편이지만 모아 놓은 돈은 턱없이 적은 동생에게 집세와 통신비 등 고정비를 줄이고 매일 1,000원씩이라도 모아 다달이 3만 원을 인덱스 펀드 상품에 넣기를 권한다. 70대 연금생활자 할머니는 단독주택에서 여유롭고 우아하게 혼자 살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수명과 그에 따른 질병치료비와 간병비가 늘 걱정이다. 젊었을 때부터 꼼꼼히 가계부를 쓰고 특판금리 상품이 나오면 지방은행으로 예적금을 옮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티포트같이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비싼 만큼 좋은 것을 사서 수십 년간 쓰는 스타일.

주인공은 유기견을 키울 수 있게 주택으로 옮긴다는 목표로 매일 소비기록을 하고 경제강의를 듣고 정보공유를 위한 블로그도 개설한다.

파트타임이라도 일을 하고 싶어 한 할머니는 결국 역 앞 과자점 가판대 판매일을 구하고 유방암 수술 후 집으로 돌아온 50대 엄마도 자신만의 강점으로 요리교실을 연다. 꽁치잡이 등 국내외에서 계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유롭게 사는 이웃집 청년이야기도 흥미롭다.

노령화의 빠른 진행과 인구감소, 부동산버블, 고용악화, 황혼이혼, 실업과 장기화된 경기침체 등 소설의 배경이 된 일본사회의 모습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이다. 나는 이제라도 당신이 금융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작은 동네서점을 근근이 이끌어가는 형편이지만 나 또한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다. 명품백 대신 명품을 만드는 LVMH(루이비통 모엣 헤네시)회사 주식에 관심이 더 많다. AI와 메타버스 그리고 전기차, 우주산업, 대체육 등 미래산업에 대해 공부한다. 금과 달러도 적립하듯이 매달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 돈은 쓰는 것보다 모으는 재미가 더 크다더니 이제야 조금 알겠다. '갓생' 살기 위한 경제공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 오늘 당신 손에 쥔 3만 원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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