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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법원 손에 달린 국민의힘 운명...인용·기각 모두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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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 출석
한국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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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 내홍을 수습하려는 국민의힘의 운명이 17일 중대 기로에 섰다.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발한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심문절차가 시작되면서다. 쟁점은 비대위 체제 전환의 '절차적 정당성'이다. 비대위 체제로 당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국민의힘과 비대위 무산을 통해 정치 복귀를 꾀하는 이 전 대표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줘도 여권 내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이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제가 우려하는 것은 지금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는 삼권분립의 위기에 있는 것"이라며 "삼권분립이 설계된 원리대로 사법부가 적극 개입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달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출범에 자신의 당대표 복귀를 막으려는 '윤심(尹心ㆍ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이다. 이날 출석에 앞서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본따 "당내 민주주의를 고민하다 보니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불경스럽게도 챙기지 못했다"고 답한 것 역시 이 전 대표가 가진 '불편한 감정'과 맞닿아 있다.

실제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비대위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비대위가 당헌 96조에 명시된 출범 조건인 '당 비상상황'을 충족하지 않은 점,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이 비대위 전환 의결에 참여한 것, 당 전국위가 지난 9일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로 당헌 개정을 의결한 것 등을 문제삼은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은 것 자체가 '비상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 개최를 의결했고, ARS 투표 역시 투표자의 의사가 명백히 확인되는 방식을 택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서는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비대위 출범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는 데다, 사법부가 정치적 영역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당 법률지원단과 검토한 결과 우리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인용되더라도) 절차가 미비하다고 하면 절차를 다시 갖추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여권은 대혼돈 상황에 빠지게 된다.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효력을 상실하고,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마친 내년 1월 돌아올 공간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대위 출범이 무효가 되더라도 "다시 최고위 체제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양금희 원내대변인)는 게 중론이지만, "최고위원 보궐선거 등을 통해 기존 지도체제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각될 경우 비대위는 당 정상화 작업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되고, 이 전 대표의 복귀는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이준석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 SNS 등을 통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때리기를 이어가면서 내년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세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각이 되더라도 법원 결정문에 당대표 자동해임으로 인한 당원 권리 침해 문구 등이 포함될 가능성은 남아 있어 이 전 대표가 장외공세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기각되더라도 당연히 본안에서 다툴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원 모집으로 민심 괴리 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당원 모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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