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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北 비핵화 의지 보이면 지원… 힘에 의한 현상변화 원치않아” [尹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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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안보 분야

‘담대한 구상’ 단계적 진전 강조

“대화·협상이 정치 쇼 돼선 안 돼

핵포기 없을땐 ‘확장억제’ 강화

핵보유 검토 안해… NPT 지킬 것”

전문가들은 회의적 시각 많아

“北 대결국면… 호응 가능성 낮아”

尹, 강제동원 배상엔 “깊이 강구”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선 비핵화, 후 조치’가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에)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그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힘에 의한 북한 지역의 현상 변화는 원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한 해법 마련도 강조했다. 북한이 호응은커녕 무력 도발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협상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낸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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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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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할 경우 정치·경제·군사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광복절에 발표한 비핵화 로드맵에 따라 우리가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한 건 ‘먼저 다 비핵화해라, 그다음에 우리가 (지원)한다’는 뜻이 아니고 (북한이)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그에 따라 다 도와주겠다는 것으로 종전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먼저 의제를 줘야 저쪽(북한)의 답변을 기다릴 수 있고, 앞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필요한 의미 있는 회담 내지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때부터 단계에 맞춰 경제·군사·정치적 협력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그간 보수 정부가 ‘선 비핵화’ 또는 북핵 폐기와 경제 지원을 연계한 ‘빅딜’을 강조했던 것과는 기조가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언급한 경제적 보상 방안 외에 이날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과 재래식 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등 정치·군사적 방안의 일부도 추가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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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 경청하는 참모들 김대기 비서실장(왼쪽)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 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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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 이후 비핵화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북·미, 남북 간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남측이 협상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담대한 구상’ 발표의 주안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체제 안정을 요구할 경우 대응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선 “대한민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저나 우리 정부는 북한 지역의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화는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건 남북 간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으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여러 가지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한 결과 북한이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면 그 변화를 환영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무력통일 또는 체제 변경, 문화·경제적 침투 등의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강제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바꾸는 대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남북 간 평화 공존을 모색한다는 원칙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이에 대해 “윤 정부가 북한 체제 전복까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과거 후보 시절보다 훨씬 전향적인 모습이지만, 북한은 이미 대결 국면으로 노선을 정했기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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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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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도 남북 정상 간 대화 등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선거 과정에서부터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남북 정상 간 대화나 또 주요 실무자들의 대화와 협상이 정치적인 쇼가 돼선 안 되고, 실질적인 한반도·동북아의 평화 정착에 유익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한·미) 확장억제를 더욱 실효화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도 핵 보유를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항구적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전제”라며 “NPT 체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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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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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일본과 관계에 대해선 미래지향적 관계 회복을 강조하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그 판결을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할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 과거사 문제가 더 원만하게,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에 대한 구체적 해법으로 정부가 대위변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위변제는 한국 정부 등 제3자가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피해자에 지급한 후 일본에 청구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징용 피해자 중 일부는 일본 기업의 직접적인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어 ‘충돌 없는 보상안’ 실현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현미·김범수·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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