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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국민’ 38차례 언급 … “인적 쇄신, 정치적 목적 안 돼” 선긋기 [尹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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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분야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 받들어야”

민감한 현안마다 원론적 답변 그쳐

일각 “특유의 솔직함 사라져” 비판

“대통령실부터 문제 짚어보고 있다”

일부인사 교체 등 소규모 개편 시사

전문가 “당장 특별한 조치 없을 듯”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기념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낮은 지지율 상황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반성했지만, 구체적인 원인 진단과 인사 문제가 비판받는 이유와 같은 예민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필요성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원론적인 답변을 두고 특유의 솔직함과 진정성으로 위기 국면을 돌파했던 과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지지율 하락과 계속되는 여당 내홍 속에 진행된 이날 기자간담회가 국정운영 돌파구 모색을 위한 계기로 삼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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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과 국정을 펼치겠다는 뜻을 수차례 강조했다. 취임 100일 만에 20%대로 떨어진 지지율에 대한 위기감이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에서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54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38번 언급했다.

모두발언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낮은 지지율에 대한 윤 대통령의 원인 진단과 해법을 물어보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 “지지율 그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여러 문제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여론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사 실패가 꼽히는 이유와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이 곧바로 이어지자 “조금 전에 답변한 것으로 어느 정도 제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시 되돌아보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답했다. 지지율 하락과 인사 실패의 원인을 물어보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인사 쇄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 짚어보고 있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물갈이가 아니라 일부 자질 부족 혹은 물의를 빚었던 인사의 교체, 정무·홍보 라인 보강 등 소규모 인사 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모두발언에서는 “100일을 맞아 열린 이번 기자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언론, 국민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날 정치 현안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평가와 윤석열답지 못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취임 100일 만이라 뚜렷하게 이슈가 될 만한 것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험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방향성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었지만 당대표나 여당 관련 내용은 역대 대통령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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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질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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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회견 답변을 봐서는 인적 쇄신도 소폭으로 할 것 같은데, 그걸 인적 쇄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당장 특별한 조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이렇게 평이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취임 100일을 계기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교양학부)도 “윤 대통령의 장점은 솔직함인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왜 지지율이 떨어졌는지 이유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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