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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평선] 수해 봉사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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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가운데)이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당 지도부와 찾은 동작구 사당동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임이자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했다가 문제가 되자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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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책노선의 차이로 흔히 구별된다. 세계 대공황과 수정자본주의 단계를 거치며 전자는 ‘정부의 시장개입 추구’로, 후자는 ‘시장개입 최소화’로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며 진화했다. 영국은 보수주의의 기원이다. 영국 보수당은 17세기 후반 국교(國敎) 단일화를 주장하며 국왕 쪽에 섰던 사람들이 중심이 된 토리(Tory)당이 1832년 의회개혁법으로 참정권이 확대되면서 근대적 정당으로 발전했다.

□ 영국의 보수당은 수구적이거나 반동적인 정당이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베버리지 사회보장제도’가 보수당 정부에 의해 시작됐고, 주요 산업 국유화 정책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지배적 계급집단을 대표하며 300년을 건재한 비결로 시대변화에 적응해온 혁신을 꼽을 수 있다. 정체성이 경제적 성공과 안정이란 협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은 2005~2010년 사이 이뤄졌다.

□ 2005년 39세의 나이로 당대표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영국 보수당의 부활을 주도했다.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를 전면에 내세웠고 5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며 13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그가 주창한 ‘큰 사회론’은 기존의 대처주의와 달리 영국의 사회문화적 다양성과 도덕적 이슈에 포용적인 사회통합적 태도를 강조한 것이다. 빈곤이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진보성향인 노동당의 복지정책을 대폭 수용하며 약자배려, 서민층에 대한 온정주의를 보수의 가치로 연결지었다.

□ 최근 수해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한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과, 장난기였다며 기자들에게 “여러분 노는데 우리가 찍어보면 나오는 게 없을 것 같으냐”는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해명을 통해 한국 보수정당의 인식구조, 이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있는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이번 망언은 자신들은 서민과 다르다는 특권의식이나 ‘기득권 유지’ 추구 정당으로서의 한계를 “솔직히” 드러낸 결코 우연 아닌 우연이었다. 군사독재 시절의 관변세력이 주류를 이룬 집단이 보수를 자처해왔기 때문일까. 자유민주주의를 키워드로 내세우지만 자신은 누리기만 하려는 선민의식, 특권의식이 존재하는 한 보수정당에 희망은 없다.

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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