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대통령배] 대전고, 28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곽성준 MVP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전고 야구부가 28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대전고는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에서 전주고를 7-4로 꺾고 우승했다.

1962년 창단한 대전고는 이로써 1987년 청룡기, 1990년 봉황대기, 1994년 대통령배 대회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대전고 3루수 곽성준은 16타수 11안타(타율 0.688)로 활약해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중앙일보

대전고 선수들이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김의수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고 김의수 감독은 우승 확정 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감격에 북받쳤다. 김 감독의 아버지는 공주고 야구부 창단 사령탑인 고(故) 김영빈 감독이다. 김영빈 감독이 이끌던 공주고는 1977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해 공주에 고교야구 붐을 일으켰다.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이 그해 대통령배 MVP였다.

김의수 감독은 "그때 난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늘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녔다. 대통령배 우승 장면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며 "그래서인지 대통령배 대회는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아버님 뒤를 이어 나도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대전고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대전고를 지휘하던 1987년 청룡기 대회에서 당시 1년 후배였던 구대성(전 한화 이글스)과 함께 창단 첫 우승을 합작했다. 김 감독은 "그런 모교에 감독으로 부임한 지 벌써 8년 째인데, 그동안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 응어리를 이렇게 풀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중앙일보

대전고 에이스 송영진(오른쪽)이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포수 박성빈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배 결승전은 대전고 학생 전체의 축제였다. 500여 명의 대전고 1·2학년 학생 전원이 대형 관광버스 15대에 나눠 타고 서울로 원정 응원을 왔다. 늘 비어 있던 목동야구장 1루 쪽 관중석이 감색 생활복을 맞춰 입은 대전고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들의 열띤 응원이 그라운드에 가득 쏟아졌다.

대전고 동문들도 선수단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총동창회장은 학생들이 타고 온 버스 대여료 전체를 지원했고, 재경동창회장은 결승전을 하루 앞둔 16일 소고기 회식을 열어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 넣었다. 장마로 일정이 계속 밀려 지쳐 있던 대전고 선수들은 새로운 힘을 채워 결승전에 나섰다.

중앙일보

대전고 선수들이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고는 1회 초부터 3점을 뽑아 기선을 제압했다. 1사 1·3루에서 4번 타자 김해찬이 선제 좌전 적시타를 쳤고, 곽성준의 몸에 맞는 공으로 계속된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더 냈다. 2회 초 1사 2루에선 박성빈의 적시 2루타와 김해찬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해 5-0까지 달아났다. 또 5-2로 추격 당한 6회 초 무사 1·3루에선 박성빈의 유격수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인 뒤 2사 후 곽성준의 우중간 적시 2루타가 터져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대회 MVP에 오른 곽성준은 "꿈이 이뤄진 것 같다. 이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오직 '아, 정말 좋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곽성준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내가 부모님을 하도 졸라서 결국 야구를 할 수 있게 허락해주셨다. 지금은 전폭적 지지자로 바뀌셨다"며 "야구하겠다고 속 썩인 보상을 해드린 것 같아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대전고 선수들이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물을 뿌리며 마운드로 달려나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준우승한 전주고의 투지도 눈부셨다. 37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전주고는 전력상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원투펀치 박권후와 손현기가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 공을 많이 던져 등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 나선 1학년 이호민과 이어 등판한 3학년 정제헌·홍주환, 2학년 권혁일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패색이 짙던 8회 초에도 2점을 추격하면서 끝까지 승리를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전주고 응원단은 패배 후 고개 숙인 선수단을 향해 우렁 차게 교가를 부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관중석에는 여전히 '우리는 일을 냈고, 이 자리에 다시 섰고, 새로운 기적을 만든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