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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반성 없는 자화자찬, 불리하면 모르쇠…공허했던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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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낮은 지지율, 당 내홍 답변 회피

남북 관계, 한일 갈등 해법도 구체성 떨어져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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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정 운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 뜻”이라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정치 현안이나 외교·안보 현안 등에 답을 피하거나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아 공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기자회견 들머리 발언에서 20분에 걸쳐 100일 성과를 나열했다. 그는 “그동안 국민의 응원도 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며 “당면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 정책 폐기”, “일방적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 폐기”, “약화한 한미동맹을 정상화하고, 악화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신속히 추진” 등을 말하며 지난 100일 동안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시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들머리 발언 시간은 총 기자회견 시간(54분)의 37%를 차지했다.

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과 당 내홍, 인사 쇄신 등에는 답을 피했다. 남북이나 한일관계 문제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지지율 하락 원인을 3가지 꼽아달라’는 물음에 “세 가지를 말씀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지지율 자체보다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에 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에서 이 전 대표를 “내부 총질한 대표”라고 지칭했다.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국면전환이라든가 정치적 목적으로 갖고 해서는 안 된다”며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대규모 쇄신 가능성을 닫았다.

남북 문제에 관해 윤 대통령은 “무리한 또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원칙론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남북 대화 제안은 없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해법에 관해서는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 충돌없이 채권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강구하고 있다”며 “한일 관계는 세계안보상으로 공급망과 경제 안보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관계가 됐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보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노사 문제에 관해서는 법치 우선 태도를 거듭 밝혔다. 그는 “법과 원칙이라는 원칙을 정부가 노사불문하고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게 중요하다”며 “대화와 타협을 할 수있는 시간을 좀 주고 그래도 안된다고 할 때는 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에 그쳤고, 정작 내용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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