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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은밀한 거래' 수면 위로…드러난 선거 브로커들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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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200여명 조직 구성해야" 제안…사업권·인사권 요구

예비후보, 제안 거절 후 '폭로'…법원 "선거 자유·공정성 저해"

연합뉴스

재판 선고(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던 지역 선거판의 '은밀한 거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후보자에게 접근해 조력을 대가로 딩선시 인사권과 사업권을 요구한 선거 브로커들이 '정치 신인의 양심선언'으로 철퇴를 맞은 것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선거 브로커들이 정치 신인인 이중선 전북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접근한 시점은 6·1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둔 지난해 5월 중순이었다.

전주 시내 한 건물 사무실에서 이 예비후보와 대면한 A씨, B씨의 요구는 생각 이상으로 노골적이었다.

선거 브로커들은 하나같이 "이권을 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선거를 돕지 않는다", "사람 좋다고 (선거) 도와주는 것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돈이 있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A씨는 "건설사에서 돈을 받아올 수 있다. 향후 시장에 당선되면 공사 사업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B씨도 같은 요구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전주시에 35개 동이 있고, 각 동 책임자 6∼7명씩, 모두 200여 명의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달에 50만 원씩 주는 사람 200명을 구성해서 계속 (돈을) 주면 이길 수 있다. 그러니 사업권을 보장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이 예비후보는 제안을 뿌리쳤다.

A씨가 이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을 돕지 않기로 하자 B씨는 이번에는 '인사권'으로 선회했다.

같은 해 10월 B씨는 이 예비후보에게 "A씨는 선거의 귀재다. 당신이 제의를 받지 않아서 (캠프를) 나간 것이다. (시청)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거기서 5∼6개를 왜 못 주느냐"고 타박했다.

이어 "인사권을 주면 A씨와 함께 선거운동을 도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돕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추후 이들에게 "그럴 거면 당신들이 직접 선거에 출마하라"고 되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기자회견 연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예비후보는 지난 4월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모두 폭로했다.

그는 "이런 기자회견 마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얄팍한 수로 인식될 수 있다"며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이를 기점으로 경찰의 강제 수사가 이어졌고 결국 선거 브로커들은 구속 상태로 법정에 섰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노종찬 부장판사)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바람직한 선거문화의 정착과 참다운 민주정치의 실현을 도모하고자 선거운동과 관련한 이익 제공 또는 제공받는 행위보다 이익 제공 지시, 권유, 요구, 알선 행위를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이 예비후보에게 적극적으로 이익의 제공을 요구했고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던 정치 신인을 좌절하게 했다"며 "후보의 능력이나 정책이 아니라 금권에 기반한 조직의 구성이라는 '낡은 선거 문법'에 기대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익 제공 요구를 엄단하는 공직선거법의 취지,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죄질도 불량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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