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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재명 방탄' 없던 일 되나…野, '기소시 당직 정지' 유지·정치탄압시 구제 절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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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기소시 직무정지' 유지하되 예외 인정 '윤리심판원→당무위' 변경
'도덕성' 명분 챙기면서도 정무적 판단으로 신속 구제의 길 열어놔
갈등 봉합 미지수…비명계 "당 바로세우기" vs 친명계 "후폭풍 상상 이상"
뉴시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17.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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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이재명 방탄용' 논란을 낳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계파갈등 소재가 된 당헌 80조 개정 청원이 17일 지도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개정 청원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원래 당헌대로 '기소시 직무 정지' 당헌을 유지키로 했다. 대신 정치탄압이 인정될 경우 당무위원회가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현재 이재명 의원은 10여건의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데 기소될 경우 당 대표가 되더라도 직무 정지가 될 수 있다. 사실상 '이재명 방탄'이 없던 일로 되는 셈이다. 이 후보는 검찰로부터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답 의혹을 수사 받고 있다. 또 경찰로부터는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아내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선거 캠프 사용 의혹 등의 혐의로 수사 받고 있다.

반면 이 후보 수사건이 기소가 되더라도 정치탄압이라고 소명이 될 경우 직무 정지를 면할 수도 있다. 당무위가 정치탄압이라고 인정하면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혁신안의 일부였던 당헌 80조 개정을 놓고 비명계(非이재명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지지층인 '개딸' 및 친명계(親이재명계)까지 감안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란 평가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의결된 당헌 제80조 개정안을 격론 끝에 부결시키고 1항을 원안대로 유지키로 결론내렸다.

민주당의 당헌 80조 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놓고 개딸들과 친명계에서는 윤석열 정권 검찰의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 수사로 인해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며 개정 요구가 잇따랐다.

그 결과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본따 만든 당원청원시스템에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하는 안건이 올라왔고 개딸들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 속에 당 지도부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요건인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문 전 대통령 시절 만든 혁신안 중 하나인 당헌 80조를 만지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멀어지는 것이란 반론이 제기됐다.

특정인을 염두에 둔 듯한 당헌 개정으로 비쳐져 오히려 이재명 의원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부터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이란 직접적인 비판까지 터져 나왔다.

찬반 양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전날 민주당 전준위는 당헌 80조 1항의 '기소시 직무 정지'를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 시 직무 정지'로 개정키로 의결하며 당내 반발을 키웠다.

전준위 결정 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헌 개정이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거셌고 3선 의원 모임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모아 지도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친명계는 "우리가 성직자를 뽑는 것은 아니잖느냐", "지나친 도덕주의에서 벗어나자" 등 당헌 개정 강행을 멈추지 않으며 내홍 조짐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비대위는 당헌 80조 1항의 '기소시 직무정지'는 유지하면서도 그 예외를 두는 3항의 요건을 보다 완화키로 했다.

해당 조항은 기소시 직무정지를 규정한 1항과 관련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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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16일 전북 전주시 JTV 전주방송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8.16. pmke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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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대위는 3항의 징계처분 취소·정지 주체를 윤리심파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꾸기로 했다.

당무위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 소속 지자체장과 시·도당위원장, 상임위원장 등 1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당무 집행 관련 최고의결기관이다.

심판원장을 비롯해 정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둬야 하는 중앙당윤리심판원에 비해 정무적이고 신속한 판단이 가능하다.

당헌 80조 1항의 '기소시 직무정지'를 유지함으로써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라는 정무적으로 폭 넓게 해석되는 영역의 판단을 소수의 윤리심판원이 아닌 보다 다수의 당무위에 맡김으로써 구제의 길을 확장시킨 셈이다.

민주당 비대위의 이번 결정이 당헌 80조 논란이 당 내분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명백한 부정부패의 경우 원안대로 직무정지를 하도록 해놓았지만 정치적 탄압 등 부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당무위라는 당 공식기구가 집단지성을 믿고 판단을 하도록 한 것"이라며 "원안과 전준위안의 절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이번 결정을 놓고 비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개딸들과 친명계는 부글부글하는 분위기여서 당헌 80조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매듭지어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의 이번 결정을 "민주당 바로 세우기의 의미있는 첫걸음"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당헌 80조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여러 동지들의 의견을 함께 포용한 결정"이라고 썼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청년비서관을 지난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특정인을 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당헌당규를 고칠 이유가 무엇이냐. 또다시 당헌당규를 고쳐 원칙없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그 길을 또다시 걸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적었다.

반면 친명계인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준위의 당헌 80조 개정안이 비대위에서 무너졌다.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동지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계파싸움으로 몰고가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당원의 요구를 무시하는 행태는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당의 동지를 노리는 수구세력의 회심의 미소가 떠올라 눈을 감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당헌 80조 개정안을 올린 전준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도 "오늘 비대위에서 전준위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관해 전준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며 "여차하기에 따라서는 당을 일대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위험을 검찰의 기소에 맡겨두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남겨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시점이 총선과 같이 큰 선거에 근접한 때라면 정치적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이나 이 의원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별수를 다 써서 막아도 안 되니 이제 기소로 날리겠다는 것이냐", "당원들 의견을 개무시하는 것 잘 봤다", "당원 7만명이 동의 받은 것을 몇 명이서 의심 가득한 작당모의를 하고 끝낸다" 등의 지도부 성토글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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