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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크림반도서 또 의문의 폭발…우크라 "러 보급선 끊겠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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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부대 탄약고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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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 의문의 폭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의 러시아군 보급선을 끊기 위해 추가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16일(현지시간) 크림반도 동북부 잔코이 인근 러시아군 부대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9일 남부 사키 공군비행장 폭발 이후 일주일만이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앞으로 두세 달 동안 크림반도 철도와 공군 기지 등에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러시아 국방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앞으로 그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략은 보급선과 군수품, 탄약창고 및 기타 군사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물자와 탄약 부족 상황을 유발해 적군을 무력화할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또 "점령지의 러시아군 내부 혼란을 조성하기 위한 반격"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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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 탱크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향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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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가 표적이라고 강조했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강제 합병한 후 건설한 다리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다리는) 크림반도로 향하는 주요 보급로이자 불법 건축물"이라며 "그런 시설은 파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대규모 호송대 행렬이 보급 문제로 정체됐던 점을 꼬집으며 "러시아군을 반격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60~70년대 전술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크림반도 폭발사고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함구하고 있지만, 외신은 우크라이나군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탄약고 폭발이 적군의 배후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군 정예부대의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포돌랴크 보좌관도 트위터에 "정상적인 크림반도는 관광·휴양지이지만,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폭발과 침략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고 말해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파괴 공작)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전 사키 공군 기지 폭발 사건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공격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NYT는 "러시아가 전쟁이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곳으로 번지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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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사키 공군 비행장에서 의문의 폭발이 발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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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앞세워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전략시설을 집중 타격 중이다. 잔코이 지역 러시아군 탄약고도 하이마스로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이번 폭발로 민간인 최소 2명이 부상하고, 3000여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NYT는 "크림반도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의 전술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크림반도를 22년 집권의 핵심 업적으로 내세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도이체벨레도 "크림반도에 대한 공격은 전쟁이 러시아 영토로 비화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전쟁이 더욱 고조될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엔 크림반도의 사키 공군 비행장 폭발이 있었으며, 지난달 31일 러시아 '해군의 날' 기념행사를 앞두고 세바스토폴에서 무인기(드론) 공격이 일어나 6명이 다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연이은 폭발사고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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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사키 공군 기지 폭발 사건 이후 러시아군 비행기 다수가 타격 입은 모습이 막사 테크놀로지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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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합병 이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곳으로 러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힌다. 전쟁 초기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 등 남부 전선을 향하려면 크림반도를 지나야 한다. 또 이곳의 세바스토폴항은 일 년 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으로 러시아군 흑해함대가 주둔 중이다.

앞서 지난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크림반도를 공격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심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탈환 노력은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간의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사키 공군 기지 폭발 직후 "크림반도에서 시작된 이번 전쟁을 크림반도 해방으로 끝내야 한다"고 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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