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반복되는 폭우와 침수, 토종 시뮬레이션 기술로 예방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경기 일대가 마비되었다. 서울시는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등 상습 침수 지역 6곳을 대상으로 1조 5,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빗물저류배수시설 설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10여 년 전, 폭우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투입 비용 대비 침수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1곳으로 축소되어 사실상 백지화됐다.

기반시설 특성 상 대규모 토목 공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과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며, 특히 비용 대비 그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관계자들은 관련 시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신중히 검토하다 보니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침수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자연재해 대비 방안으로 주목받는 첨단기술 시뮬레이션

집중호우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는 그 상황을 실제로 재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예측 또한 힘들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시뮬레이션이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신문

집중호우로 인한 서울 지역 산사태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이란 실제 실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그와 동일한 가상공간에서 행하는 모의 실험이다.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면 직접 실험하기 힘든 상황을 가상 공간에서 모의 실험을 실시하여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범위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는 등 필요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과거에는 격자 방식의 시뮬레이션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즉 시뮬레이션 대상을 격자로 둘러싸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부적인 해석 위주로 활용되어 대규모 물리현상이나 입자의 흐름 해석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해석 규모에 대한 제약이 훨씬 줄어들었다. 격자를 생성하는 대신 입자를 공간에 흘려 넣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산사태, 침수 피해 등 비교적 대규모 현상이나 유속의 흐름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디지털 트윈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침수 피해 시뮬레이션

10여 년간 순수 자체 기술로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연구해온 이에이트는 2017년 발생한 인천 해저터널 침수사고 원인 분석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인천 해저터널은 강우가 내부로 유입되지 않게 설계되었지만, 근처의 석유화학단지 등 집수유역 밖의 빗물 유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전자신문

인천 지역 해저터널 침수사고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이에이트 관계자는 “외부 유입수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니 빗물 입자가 훨씬 많이 밀려와 터널 내로 유입이 되었고, 그로 인해 횡배수관이 여유가 없어져 집수조가 넘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이트 김진현 대표이사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향후 이와 같은 피해가 재발되지 않을 수 있는 최적화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이트에는 사회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에이트는 우면산 산사태, 한계령 다리 유실 사고, 태풍으로 인한 해운대구 침수 상황 등 자연재해 시뮬레이션으로 피해 지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제안한 바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예방책 마련이 우선

폭우로 인해 정부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수해 예방 시스템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하천 관리시스템, 하천 수위 시뮬레이션 등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에 건설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에는 구축 단계부터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된다. 배수 시스템 등 도시 주요 시설물 입지를 사전에 검증하고, 실제 도시 조성 후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 현상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할 수 있게 설계한다.

이에이트 김진현 대표이사는 “스마트 시뮬레이션 기술은 산업적으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재해를 예방하는 기술, 사람을 구하는 기술로도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뮬레이션으로 인해 절감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 역시 무궁무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