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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검찰총장, 103일 뜸 들인 끝에 뻔한 후보군…“이럴 거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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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추천위 구성 등 역대 최장기간 끌더니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언급된 후보자 4명 골라

그사이 한동훈 주도 인사 마무리…“허수아비 총장”


한겨레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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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기간이 소요된 검찰총장 후보군 추천 결과가 당초 법조계 예상을 전혀 비껴가지 못하면서 검찰총장 선임 과정을 둘러싼 뒷말이 나온다. 어차피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던 이들이어서 총장 장기 공백 상황을 방치한 법무부 인사·행정에 의문점이 커진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총장 없이 검찰 인사를 모두 마무리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본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16일 추천한 검찰총장 후보자 4명은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핵심 보직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맡은 ‘친윤 라인’ 핵심 멤버다. 더구나 검찰 수사권 축소 등으로 어수선한 검찰 분위기에 대검 차장으로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무리없이 소화해, 자연스레 총장직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윤석열 사단’인 이두봉 대전고검장, ‘비윤’으로 분류되지만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여환섭 법무연수원장·김후곤 서울고검장도 일찌감치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전날 추천위 역시 후보군을 선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군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2·3차 투표까지 진통을 겪는 통상적인 분위기와 달리, 1차 투표에서 만장일치에 가깝게 총의가 모였다고 한다. 전날 회의를 주재한 김진태 추천위원장도 회의를 마친 뒤 “추천될 만한 사람에 대해 절대다수 위원의 뜻이 일치해 이견 없이 1차 투표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법무부가 추천위 구성만 지연시키지 않았더라면, 총장 공석 방치 논란 없이 검찰 지휘부를 무난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럴 거면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검찰총장 인선 첫 단추인 추천위 구성에서 역대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됐다. 검찰총장이 물러나면 법무부는 추천위를 꾸려 후보자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추천위는 김오수 전 총장이 물러난지 66일 만인 지난달 11일에야 구성이 완료됐다. 이전에는 검찰 특수부 라인의 퇴진 요구로 자리에서 물러난 한상대 전 총장 후임자 추천위 구성(38일)이 최장 기록이었다. 게다가 추천위 구성 뒤 소집까지도 한 달 넘게 시간이 걸렸다. 당시 추천위원들도 “법무부에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지연되는 이유를 궁금해할 정도였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7일 “통상 고검장급이 검찰총장 후보로 언급되기 때문에 4명의 후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던 인물들이다. 총장 추천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사이 한동훈 장관 주도로 세 차례 검찰 인사가 단행됐다. 그 결과 주요 고검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 자리는 윤석열 라인 검사들로 채워졌다. 차기 검찰총장을 보좌할 대검 주요 참모 자리까지 한 장관 뜻대로 미리 인사가 이뤄졌다. 누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직 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장관-검찰 수사팀’으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를 꾸리기 위해 총장 인선을 늦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허수아비 총장’ ‘식물 총장’ 논란을 법무부가 만든 셈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관장은 인사권을 쥐고 있어야 조직을 통솔할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장관이 인사를 결정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총장은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총장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조직을 운영하리란 기대 역시 갖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한동훈 장관 존재감이 워낙 커서 여러 총장 후보들이 고사했다는 말이 많았다. ‘허수아비 총장’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그간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 천거, 검증 절차와 위원회의 충실한 심의를 거치는 등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인선을 진행했다”며 “정의와 상식을 지켜서 범죄를 제대로 척결하는 그런 의지와 능력을 가진 검찰총장이 취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라는 입장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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