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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LG화학, 항체진단키트 美 FDA 승인 홍보 못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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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LG화학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 '어드밴슈어 RBD 엘리사(AdvanSure SARS-CoV-2 IgG(RBD) ELISA) 제품. /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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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이렇다 할 홍보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진단키트는 현재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역할보다 내 몸에 면역이 형성돼 있느냐를 확인하는 목적이 있다. 올해 3월 대유행 이후 코로나가 한동안 잠잠해 지면서 ‘확인’ 목적의 항체진단키트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반기 들어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다시 번지는 등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불분명해지면서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

17일 미국 FDA와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생명과학본부가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 ‘어드밴슈어 RBD 엘리사(AdvanSure SARS-CoV-2 IgG(RBD) ELISA)’가 지난 5월 31일 미국 FDA에 긴급사용승인(EUA202800)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의 또 다른 모델인 ‘어드밴슈어 S1 엘리사(AdvanSure SARS-CoV-2 IgG(S1) ELISA)’도 같은 달 19일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어드밴슈어’는 LG화학의 대표적인 체외진단 의료기기 브랜드다. 이번에 승인받은 키트는 효소면역분석(ELISA)을 활용해 사람의 혈청, 혈장에서 원인 바이러스( SARS-CoV-2)에 대한 항체(IgG)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내 몸속 항체를 확인하기 때문에 과거의 감염 이력도 확인할 수 있고, 신속항체 검사와 비교하면 정확도가 높다. 그동안 수젠텍을 포함해 국내 진단키트업체가 개발한 항체진단키트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적은 있지만, 효소면역분석 기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품 자체로 보면 상당한 성과지만 LG화학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LG화학 관계자는 “항체 진단 시장 수요가 불확실하다 보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항체 진단은 발병 초기 진단 목적보다는 몸 안에 면역이 생성됐느냐를 ‘확인’하는 목적이 크다. 몸속 항체는 감염으로 증상이 나타난 지 1주일 후에 생기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 대신 완치자가 병원을 퇴원할 때 확인 용도로 사용돼 왔다.

진단 업계에서는 올해 3월 오미크론 대유행이 한창일 당시만 해도, 이번만 넘기면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고, 항체진단키트가 전 국민 면역 전수조사 등의 목적으로 대대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 윤석열 정부만 하더라도 인수위 시절 전 국민 항체 전수조사 등 대규모 역학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오미크론 BA.5와 전염력이 강한 같은 하위 변이가 재감염을 일으키면서 이런 계획이 다 틀어졌다.

이 진단 키트는 코로나의 풍토병이 됐을 때 수요가 생기는데, 코로나의 풍토병으로의 전환이 요원해졌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진입 여부도 확정적이지 않고, 검사실 전문가용 제품에다 현재 시장 수요가 크지 않은데,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나 하는 분위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진단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하는 일’이라는 기류도 어느 정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항체진단키트는 지역사회 전수조사 등 대규모 역학조사나 혈장치료제 공여자 선정에 활용이 가능하다”라며 “향후 엔데믹 전환에 따라 항체진단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강검진을 할 때 채혈로 a형 간염, b형 간염, 결핵균 항체 유무 검사해서 항체가 없으면 병원에서 해당 백신 접종을 권고하듯이, 앞으로 코로나가 풍토병으로 바뀌면 백신 맞기 전에 항체 여부 검사하는 시장이 생길수 있다”라고 했다.

한편, LG화학은 1992년부터 진단시약 제품을 생산하는 등 국내 진단 시장에 진출했다. LG화학은 2006년 체외진단 의료기기 수입업 허가를 획득하고, 2013년 체외진단 의료기기 제조업 승인을 받았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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