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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전국서 하루 2번 출동…생색내기 그친 요양시설 대면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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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4개월 맞은 ‘의료기동전담반’ 점검

사실상 유일한 감염취약시설 대책이지만

울산 등 이용실적 ‘0건’ 이용률 떨어져

환자·시설 60% 모두 경기도에 집중돼

수액 등 처방 77%…코로나처방은 14% 불과

“생색내기용 제도…중증화막기 역부족”


한겨레

지난달 14일 서울 송파구 방역관계자들이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에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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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유행으로 9월 초 최대 9백명대 위중증 환자와 하루 140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실상 정부의 유일한 감염취약시설 재유행 대책인 ‘요양시설 의료기동전담반’(기동전담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동전담반은 고위험군의 중증화를 막기 위해 노인요양시설이 코로나19 대면진료를 요청하면 의료진이 시설을 방문해 진료하는 제도다. 하지만 요양시설들의 전담반 이용률이 떨어지고, 제도의 주된 목적인 ‘코로나 먹는치료제 처방’도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보여주기 대책이라고 비판하며, 시설 확진자를 주변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한겨레>가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전국 기동전담반 운영실적’을 보면, 제도 운영을 시작한 4월5일부터 7월 말까지 117일 동안 기동전담반 대면진료를 이용한 노인요양시설은 249곳(환자 2103명)에 불과했다. 기동전담반을 이용한 전국 노인요양시설이 하루 평균 2곳(2.13곳) 정도인 셈이다. 12일 기준 현재 기동전담반을 둔 병원은 206곳이다.

진료 환자 수도 계속 줄고 있다. 기동전담반 운영을 시작한 첫 달인 4월은 1555명으로 많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7월엔 105명으로 급감했다. 7월 요양시설 집단감염으로 335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고려하면, 이용률은 더욱 크게 준 셈이다.

기동전담반 이용의 특정 지역 쏠림도 심각했다. 전국 14개 지자체의 현황을 보면, 전담반을 이용한 시설 249곳(환자 2103명) 가운데 절반 이상(58%)인 144곳(환자 1190명)이 경기도에 위치했다. 충남이 36곳으로 뒤를 이었고, 전남(12곳), 대구·인천(11곳), 광주(10곳) 등은 10곳 안팎에 불과했으며, 부산·경남은 3곳, 서울 2곳, 강원·전북·제주 각각 1곳에 그쳤다. 대전과 세종, 울산 등 3개 지자체는 0건이었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기동전담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요양시설에서 대면진료가 필요한 시기는 일선 병원들 역시 확진자 증가로 일손 부족을 겪을 때이기 때문이다. 기동전담반으로 지정된 서울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에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 변동 간호사를 빼 다른 요양원에 출동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5월부터 전담반 지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요양원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할 때 전담반이 출동해야 하는데, 평소 전화도 잘 안 받는 요양병원이 전담반 지정됐다고 전화하면 바로 올지 의문이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요양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 부족도 병원들의 참여와 환자들의 이용실적을 떨어뜨린다. 노동훈 요양병원협회 홍보이사는 “교통비와 야간·주말 수당도 없다. 의사와 간호사 등 2명의 인건비를 고려하면 환자 1명당 4만원의 기본 수가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담반에 지급하는 확진자 1명당 방문 수가는 4만3230원(병원)~4만9740원(의원)으로, 신속항원검사(RAT) 수가(진료·처방 포함) 약 5만원과 유전자증폭검사(PCR) 수가 6만여원보다도 적다. 7일 격리 이후 모든 비용을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전담반 출동 경력이 있는 경기도 용인 요양병원 의사는 “정작 노인들은 격리 해제 뒤 후유증으로 상태가 나빠진다. 그때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환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동전담반 처방의 상당수가 항생제나 해열제 등에 국한된 것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전담반이 처방 한 1986건 가운데, 해열제·수액 등 기타처방이 77%(1530건)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먹는치료제 등 코로나처방은 14%(284건), 입원조치는 8.6%(172건)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기동전담반이 요양시설 중증화·사망을 막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요양원 확진자의 중증화·사망을 막기 위해선 고위험군 확진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과 기기가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요양병원-종합병원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며 “기동전담반은 목적과 처방이 다른 생색내기용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코로나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는 데 초점을 두는 등 전담반의 역할과 운영체계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방역당국은 두 차례 더 운영을 연장했고, 지난달 20일엔 정신요양시설로 진료 대상도 확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요양시설 발생 현황에 따라 지자체에서 기동전담반의 진료를 (병원에) 직접 요청할 수도 있는데, 지자체와 요양시설과의 관계, 적극성 등에 따라 지자체 간 차이가 발생한다”며 “지자체 홍보와 독려를 강화해 전담반을 확충하고, 이달 말 종료되는 운영 기간도 연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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