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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내 연구진, ‘눈 영양제’ 성분 만드는 미생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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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에 오랜 시간 걸리는 ‘금잔화’ 대신 대장균 이용

경향신문

눈 영양제 성분인 ‘루테인’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개발한 카이스트(KAIST) 연구진. 왼쪽부터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박선영 박사, 은현민 박사과정생. 카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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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눈 영양제에 들어가는 성분인 ‘루테인’을 만들어내는 신개념 미생물을 개발했다. 지금은 주로 특정 꽃을 키워 루테인을 얻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앞으로는 간편하게 이 성분을 생산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선영 박사와 은현민 박사과정생 등이 연구 인력으로 참여한 이상엽 특훈교수팀은 루테인을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 최신호에 실렸다.

루테인은 노안이나 백내장 등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눈 영양제 성분으로 많이 쓰인다. 인구 고령화와 전자기기 사용 증가에 따라 루테인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시장에 공급되는 루테인은 주로 금잔화의 꽃에서 추출한다. 하지만 금잔화를 기르는 데에는 땅과 시간, 노동력이 필요하다. 농지에 씨를 뿌린 뒤 금잔화 꽃이 피고 여기서 루테인을 뽑아내기까지는 약 200일이 걸린다. 게다가 금잔화는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0도 이하에서는 동사한다. 더위에도 약해 30도 이상에선 생육과 개화 속도가 느려진다.

연구팀은 ‘시스템 대사공학’이라는 기술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기술로 대장균 안에 루테인을 만들어내는 경로를 인위적으로 설정했다. 풀이나 해조류 등 값싼 바이오매스에 들어가 있는 성분인 ‘글리세롤’을 고부가가치를 지닌 루테인으로 변신시키는 대장균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이 원하는 물질을 만드는 일종의 ‘미생물 공장’을 개발한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루테인을 단 48시간 만에 만들어낸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활용해 자몽의 향기 성분인 ‘누카톤’과 항노화 천연 화합물인 ‘아피게닌’도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은현민 박사과정생은 “연구 초기에는 루테인을 만들도록 조작한 미생물에서 의도하지 않게 부산물이 생겼다”며 “미생물 내부의 효소 작동 과정을 정비하고 전자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노력을 해 이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같은 자동차 엔진이어도 제조사의 기술력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것처럼 미생물의 작동방식을 세밀히 조정해 양질의 루테인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은 박사과정생은 “향후에는 이번에 개발한 미생물에서 눈 영양제 성분을 주로 추출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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