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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평범한 중국 직장인의 특별한 한국말 사랑…“한국-중국, 왜 싸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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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세종학당 한국어 대회 1등한 선천

고교 때 ‘동방신기’ 팬, 노래·드라마로 공부

“양국 인식 악화 아쉬워…정치·문화 따로 봤으면”


한겨레

지난 7월 베이징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이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선천.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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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패션 회사에서 일하는 중국인 선천(34)은 지난달 베이징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이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자연스럽고 유창한 회화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1일 베이징의 작은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기로 한 선은 약속 시각에 딱 맞춰 도착했다. 혼자가 아닌 한국인 남자친구와 함께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앙버터 빵을 사이에 놓고 대화가 시작됐다. 서울 이태원의 카페에서 늦깎이 중국인 유학생을 인터뷰하는 기분이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랴오양시 출신인 선은 고교 때부터 한국 아이돌 가수 ‘동방신기’를 좋아했다. 한국 드라마도 즐겨봤다. “집을 떠나 다른 세상을 보고 싶어” 고향에서 2600㎞나 떨어진 푸젠성 샤먼의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학원에 다니고, 드라마도 보고, 음악도 들었다.

대학 졸업 뒤 2013년께 수도 베이징에서 직장을 잡았다. 마침 직장 근처에 한국문화원이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세종학당에 다니면서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난 곳도 문화원에서였다. 노래 강사였던 남자친구의 수업을 듣다 서로 맘이 통했다. “저도 노래를 좋아했고, 강사님과 친하게 지내다 사귀게 됐어요.” 둘은 최근에 한국 곡과 중국 곡을 듀엣으로 불러 중국의 동영상 앱인 ‘빌리빌리’에도 올린다. 박진영과 선예가 함께 부른 ‘대낮에 한 이별’은 두 사람이 가장 최근에 올린 한국 곡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30대가 넘으면서 한국 아이돌 가수에 대한 관심은 줄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 늘었다. “그동안 한국 여행만 10번 가까이했어요. 앞으로 한국어 통역사 자격증에 도전할 거예요.” 마흔이 넘으면 통역사가 돼 세계 곳곳을 돌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선은 한국에 관심이 큰 만큼, 한국과 중국의 상호 인식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인터넷을 보면 한국과 중국 상황을 잘 모른 채 비난하거나 욕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문화와 정치를 나눠 보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게 아쉬워요.”

한겨레

선천이 남자친구와 함께 중국 동영상 누리집 빌리빌리에 올린 동영상. 빌리빌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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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해 오는 10월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겼지만, 가지 못한다. 고향 랴오닝에서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하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미룰까도 고민했는데, 안됐어요. 앞으로 결혼하고 갈 기회가 많을 테니 참아야죠.”

세종학당재단이 매년 여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는 전 세계 84개국 세종학당 244곳에서 공부하는 외국인들이 참여한다. 학당마다 자체 예선을 치러 1~2명의 학생이 본선에 오른다. 이후 재단 심사를 거쳐 10명이 최종 결선에 진출한다. 올해 한글날인 10월9일께 서울에서 결선 대회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2071명이 대회에 참가했고, 인도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의 아누부티 카카티가 1등을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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