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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KIST, 인간 두뇌 모사한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AI 반도체 기술 이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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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기존 DNN 기반 반도체 기술 패러다임으로는 미래 최첨단 AI 구현 불가능
실제 두뇌 모사한 형태 SNN 기반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 필수 불가결
KIST, 스파이킹 신경망 하드웨어 개발 포트폴리오 확보
뉴시스

[서울=뉴시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재욱(왼쪽) 박사와 박종길 박사가 각각 개발한 뉴로모픽 반도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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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2016년 3월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벌인 AI와 인류 간 이뤄진 세기의 대결은 4승 1패라는 결과 자체도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알파고가 소모한 전력도 기록적이다. 당시 바둑 한판에 든 알파고 전기세는 약 7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알파고가 등장한 후 6년여가 지난 현재 AI는 더 복잡하고 빠른 연산을 수행하면서 전력 요구량은 급증했으며 앞으로도 기하 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기존 AI 반도체와 달리 인간 두뇌의 동작 원리 및 구조를 모사한 저전력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

KIST는 국내 최초로 인공뇌융합연구단 박종길 박사 연구팀이 두뇌 신경망의 동작 원리를 모사한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픽 시스템인 '뉴플러스'(Neu+)를, 김재욱 박사 연구팀이 인간의 두뇌처럼 경험을 통해 최적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아날로그 뉴로모픽 프로세서 '뉴로핏'(NeuroFit)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가지 설계기술의 강점을 각기 활용한 '스파이킹 신경망 반도체'(SNN: Spiking Neural Network) 개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것이라고 KIST는 강조했다.

자율주행차를 가능하게 하고 가상 인물을 광고에 등장시키는 등 우리 삶을 편리하게 바꾸고 있는 AI 기술의 발전은 더 복잡하고 더 빠른 컴퓨팅 기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심층신경망(DNN: Deep Neural Network) 구조의 AI 반도체 기술은 연산이 복잡해 과도한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적은 에너지로 고차원적인 AI 구현이 가능한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KIST는 인간의 두뇌는 다양한 감각, 인지, 판단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매우 적은 에너지(20W, 전구 한 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데 착안했다. 기존 AI 반도체와는 다르게 두뇌의 동작 원리 및 구조를 모사해 설계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신개념·저전력 AI 반도체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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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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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뉴런이 스파이크 신호를 발생시키면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두뇌의 정보 전달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SNN 구조로 설계해 DNN 구조 AI 기술과 비교해 매우 효율적이다. 정보의 중요도에 상관없이 모든 입력값에 대해 계층별 연산이 필요한 DNN과 달리 SNN은 스파이크 신호가 발현되었을 때만 정보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SNN 기술에 관한 연구는 오랜 기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IBM 및 인텔 등 해외 반도체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인텔은 대표적인 SNN 프로세서로 '로이히'를 발표하고 해외 연구진을 중심으로 응용연구 커뮤니티를 조성, 로이히를 활용한 알고리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규모로 SNN을 집적한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았고, 해외에서 개발된 프로세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SNN 응용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해외 기업에 의해 SNN 기술 생태계가 고착된 이후에는 응용 기술개발에 있어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KIST는 이러한 문제를 타계하고자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픽 시스템인 뉴플러스를 개발했다. 스파이킹 신경망을 활용한 응용연구를 위해서는 스파이킹 뉴런의 집적도를 높인 대규모 두뇌 신경망 모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설계 소자의 집적도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KIST 박종길 박사 연구팀은 설계 소자의 동작 안정성을 바탕으로 고집적 시스템 제작이 가능한 디지털 설계 방법을 활용해 응용연구의 범용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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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이 뉴로모픽 반도체의 정책적 현황 및 필요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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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플러스는 100만개의 스파이킹 뉴런과 10억개의 시냅스를 실시간, 디지털 방식으로 모사해 집적도를 높이는 설계기술을 적용했다. 뉴로모픽 시스템의 집적도를 상용화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뉴플러스는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 초기단계에 있는 SNN 기반 응용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범용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IST 박종길 박사는 "우리 인간의 두뇌를 모사한 고차원 인지 기능이 가능한 AI 기술 개발을 위한 국내 최초 SNN 연구 플랫폼이 도입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응용연구 지속을 통해 드론, 자율 주행차, 및 서비스 로봇 등 저전력이 필요한 모바일 환경에서 활동이 필요한 자율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AI 반도체로 이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파이킹 신경망 기술이 로봇 응용 분야에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행동에 대한 보상, 오차와 같은 피드백 신호를 학습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이를 낮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개발된 대부분의 뉴로모픽 프로세서는 두뇌 신경망이 지닌 학습방식의 일부만을 모사하기 때문에 피드백 신호를 학습에 반영할 수 없었다.

이에 KIST 연구진은 국내 최초로 피드백 신호를 반영하는 두뇌 신경망의 학습방식을 모사해 적응형 운동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스파이킹 신경망 뉴로모픽 프로세서 '뉴로핏'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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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뇌융합연구단에서 개발한 디지털 뉴로모픽 반도체 '뉴플러스'(Neu+)의 실물 모습.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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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핏은 1024개의 뉴런, 뉴런당 최대 64개의 시냅스를 탑재했으며, 실시간 피드백 학습을 통해 그동안 대부분의 프로세서 설계에서 배제되어온 아날로그 회로를 중점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아날로그 회로는 매우 적은 비용과 전력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스 처리장치(GPU) 등 높은 정확도와 신뢰성을 요구하는 기존의 프로세서 설계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KIST에서 개발한 뉴로핏은 상대적으로 정밀도가 낮은 아날로그 회로를 사용하더라도 그에 따른 오차가 피드백 신호에 반영되어 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스템 차원에서 정확도의 희생 없이 전력 소모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능형 로봇의 팔이 동작하는 데 있어 일정 수준의 오차가 있더라도 물건을 집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 오차에 스스로 적응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KIST 김재욱 박사는 "피드백 신호를 반영하는 적응형 학습방식의 도입은 앞으로의 뉴로모픽 프로세서 설계에 있어 저전력이 가능한 아날로그 회로의 비중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저전력 이동형 로봇에 운동 지능을 부여하는 핵심 AI 반도체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위해 확장 응용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알렸다.

김형준 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미래 AI 로봇이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시대에는 기존 DNN 기반 반도체 기술 패러다임으로는 최첨단 AI 구현이 불가능해 실제 두뇌를 모사한 형태의 SNN 기반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이 필수 불가결하다"면서 "현재 국내의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역량은 뉴런 및 시냅스 신소자 개발에 집중돼있어 실제 응용을 위해 필요한 SNN 프로세서 개발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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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뇌융합연구단에서 개발한 아날로그 뉴로모픽 반도체 '뉴로핏'(NeuroFit)의 실물 모습.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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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이어 "KIST는 ‘뉴런 집적도’와 ‘피드백 학습’이라는 두 가지 설계기술의 강점을 각기 활용한 SNN 프로세서 개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면서 "이번 연구성과는 기존 단위 소자의 실험실 연구 수준을 뛰어넘어 집적도가 높은 칩 제작을 통한 하드웨어를 제작함으로써 상용화에 근접한 프로세서를 개발하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KIST는 국내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개발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스파이킹 신경망 뉴로모픽 칩을 이용해 자율주행, 로봇 등 산업화 및 응용연구를 함께 수행할 외부 협력자와 적극적인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KIST가 국내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개발 트렌드를 선도하고 국외 선도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대한 도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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