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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육사오' 고경표의 스펙트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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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육사오 고경표 인터뷰 / 사진=싸이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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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억울하고, 코믹한 고경표가 돌아왔다. 굳이 '주연'의 자리가 아니라도, 자신이 연기할 곳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고경표다.

군 제대 2년 만에 다시 한번 군대를 찾은 고경표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당첨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 간의 코믹 접선극을 담은 영화 '육사오'(감독 박규태·제작 티피에스컴퍼니)에서 만기 전역을 3개월 앞둔 말년병장 박천우 역을 맡았다.

고경표는 제대 후 스크린 복귀작으로 군대에서 벌어지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제가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군대에 갔었다. 그때는 이미 군대가 많이 편해진 상태라 제 군생활은 좀 나아진 상태였다"며 "군대에 대한 네거티브한 반응은 없다. 시나리오가 워낙 재밌었고, 이야기가 커지면서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들이 재밌게 느껴져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맡은 '박천우'는 57억에 당첨된 1등 복권의 주인이다. 다만 박천우가 우연히 1등 복권을 얻게 된 것처럼, 다시 우연히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으로 넘어가버린다. 박천우는 '자신의' 57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웃픈' 인물로 그려진다.

이에 대해 고경표는 "저는 박천우의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박천우는 정말 위험한 선택을 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로또에 대한 욕심과 집중력을 영화에서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박천우에게는 로또가 절박했고, 57억이 날아갔을 때 허탈함을 채울 수 있는 에너지는 집요함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천우는 극 중 57억의 당첨금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신만의 농장을 갖고 싶다고 답한다. 이에 대해 고경표는 "천우가 동물을 사랑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치고 크게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천우' 캐릭터 본질에 순수함을 입혔다면, 그다음은 '병장' 박천우를 만들 차례였다. 고경표는 극 중 박천우가 편안한 자세로 내무반에 누워 TV를 보는 장면에 대해 "나자빠져서 엉덩이를 틀고 있는 자세로 많이 누워있었다. 나름 스트레칭을 한다고 허리를 돌려가고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아는 분들이 보셨을 땐 재밌으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육사오'는 코미디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놓고 관객들의 웃음을 저격한다. 그 중심엔 망가짐도, 억울함도 불사하는 고경표가 있다. 고경표는 "데뷔 초에 장진 감독님이랑 'SNL 코리아'도 하고, 정범식 감독님이랑 '무서운 이야기'도 찍으면서 코미디 연기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그 당시 배웠던 것들이 지금의 '육사오'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웃기려고 해서 웃기면 안 되고, 상황 자체에 진정성을 갖고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경표는 "저는 사실 어릴 때 코미디 하는 게 싫었다. 어린 마음에 멋있는 게 하고 싶었다. 근데 어느 순간 그걸 해냈을 때 사람들의 웃음이나 반응들이 너무 좋아지더라"며 "배우들은 자신의 작업물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리액션을 받기 쉽지 않다. 슬픈 영화를 봐도 속으로 삼키는 분들이 있는데 웃음은 바로바로 나타난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코미디는 참 매력적인 장르고, 정말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육사오'의 웃음 포인트들은 고경표가 쌓은 코미디 내공에 더해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합이 더해졌다. 고경표를 비롯해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동료 배우들이 언급되자 고경표는 "'육사오'가 재밌을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들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했다"며 "연기라는 것이 추상적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저희끼리 열린 마음으로 치열하게 정리가 된 상태에서 관객분들과 마주해야 완성도가 있어 보인다. 저희끼리 그 마음이 너무 잘 맞아서 리허설 때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고경표는 "촬영 기간이 두 달 조금 넘었다. 촉박하게 찍은 편이다. 실제 군 생활 비슷하게 촬영했다. 잠만 따로 자고, 하루 종일 있다가 끝나고 또 회의하고, 내일 촬영에 대해 논의했다"며 "다행히도 함께 했던 분들이 모두 베테랑이라 다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마음이 잘 맞은 것도 신기했고, 그래서 더 돈독해질 수 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육사오'는 올여름 텐트폴 영화로 주목받았던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에 이어 조금 늦은 24일 개봉한다. 쟁쟁한 대작들 사이에서 유일한 코미디 장르로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고경표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희소성의 가치라고 해야 할까. 대작 영화 틈바구니 안에서 특색이 있지 않냐"며 "요즘은 코미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영화가 많이 안 나오는 추세다 보니 사람들에게 니즈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육사오'는 오히려 기회"라고 자신했다.

자신의 이름이 메인타이틀롤에 걸리며 부담감이 생길 법도 하지만 고경표는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내려놨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이어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작품을 하고 나선 계속 주연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는 여러 캐릭터 연기를 하고 싶고, 배우가 하고 싶은 거지 주연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조연, 주연, 단역, 상관없다. 시나리오가 재밌고,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이 재밌다"고 말했다.

또한 고경표는 "조연을 할 때도 너무 좋고, 특별출연도 너무 좋다"며 "제가 되고 싶은 '스펙트럼 넓은 배우'에 대한 취지와 더 부합하는 것 같다. 전역을 하고 나서부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안에 여러 가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경표는 일확천금이 언급되자 "너무나 바란다. 불로소득을 하고 싶다"며 "저축을 많이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다"고 웃음을 보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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