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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농성...‘시너반입 가능성’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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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과격시위 ‘일촉즉발’

조합원 복직·손배철회 등 요구

경찰, 시너반입·개수 확인 못해

소방, 본사주변에 구급차 등 배치

사측 “불법에 공권력 적극 나서야”

헤럴드경제

17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뒤편으로 본사 입구를 경찰병력이 막고 있다.임세준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이틀째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은 시너 반입 가능성 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옥상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 대응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경찰과 소방 당국 모두 노조원들의 시너 반입 가능성 등을 열어 놓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들어간 노조원 11명 중 1명은 17일 오전 개인 사정으로 귀가해 현재 10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과 소방 모두 노조원들이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문을 걸어 잠근 탓에 시너 반입 여부와 더불어 개수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에도 경찰 대원 240여명이 돌발 상황에 대비해 본사를 지키고 있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옥상에 있는 노조원들이 시너 포함 어떤 물건을 반입했는지 아예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에서도 본사 주위에 경계관창을 배치, 구급차 1대와 펌프차 1대를 동원, 총 8명의 대원이 현장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계관창은 불을 끄기 위해 소화전 끝부분에 달려 있는 분출 장치를 이용해 돌발 상황 시 화재를 진압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전날부터 본사 앞에 안전 대비를 위해 에어메트리스 1대가 설치됐지만, 추가 설치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소방 관계자는 “옥상 점거 인원들이 문을 다 잠가 놓아서 이들이 시너를 얼마나 반입했는지, 정확한 상황이 어떤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시너로 인한 화재를 대비해 분말 소화기 외 건물 9층에 호스를 연결해 바로 진압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옥상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있도록 빠루(쇠지렛대)도 준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화물연대 측은 시너 반입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응주 화물연대 교육선전국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시너 자체가 건물에 반입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노조원 100여명은 전날 오전 6시께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을 기습 점거한 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선 노조원 30여명이 아침 식사를 하고, 본사 1층에선 노조원 20여명이 건물 로비에 앉아 책을 읽는 등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옆에는 노조원들이 점심, 저녁에도 식사할 수 있도록 라면 박스 30개가 쌓여있었다. 화물연대 점거 농성으로 하이트진로 본사 직원들은 출근에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측에 따르면, 농성 첫날인 지난 16일 오전 9시 이후 정상 근무에 돌입했지만 농성 시위가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직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도록 공지한 상태다.

실제 이날 오전 8시 이후 하이트진로 직원 2명이 건물 주차장 방향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건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화물연대는 운임 30% 인상, 공병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며 6월부터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충북 청주의 소주공장에서 대규모 농성을 벌였다. 이달 2일부터는 강원 맥주공장에서도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화물차를 동원해 공장 출입로를 막아서며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 등의 제품 출고와 생산을 수차례 중단했다. 이처럼 화물연대 집회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화물차주 132명은 계약해지를 통보받았고, 하이트진로 측은 조합원 11명을 상대로 총 28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와 화물연대는 10여 차례 협상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특히 계약해지 조합원의 복직과 손해배상 청구소송 철회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전날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하이트진로 계열사다. 이번 파업에 하이트진로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이유”라며 “(그러나) 수양물류는 현재까지 화주사 눈치만 보고, 화주사인 하이트진로는 위탁운송사와 화물노동자간의 문제라며 관계없다고 선긋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회물연대의 각 공장에서의 불법 시위에 이어 본사 무단 점거와 같은 불법 행위는 현재 진행되는 모든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양물류 측에선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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