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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1심 무죄 뒤집고 23년만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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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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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제주에서 발생해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항소심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피고인에게 유죄가 내려졌다.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17일 지난 1999년 11월 5일 새벽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공동정범)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지난 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김씨는 무죄를 받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는 범행을 지시하거나 음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무엇보다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특별 제작된 흉기가 사용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는 피고인이 범행을 공모할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피고인은 살인죄의 공동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조직폭력배인 피고인이 위해를 가하고 사주를 받은 후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사망케 해 그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1999년 11월 제주시 삼도2동 한 아파트 입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이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를 지난해 9월 ‘살인죄’로 구속기소했다.

당초 경찰은 김씨가 폭력조직 조직원 손모(2014년 사망)씨에게 살인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해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로 송치했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지역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 절대 봐주면 안 된다”라는 누군가의 지시와 함께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 범행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위임받은 김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 씨와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검도유단자인 이 변호사를 제압하기 위한 범행도구를 결정했으며,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에게 단순 상해만 가했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 일고 결국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고 공모 단계에서 살해까지 염두에 뒀다.

손씨는 결국 같은 해 11월 5일 오전 3시 15분에서 6시 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 있던 이 변호사를 발견하고 흉기로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검찰은 김씨가 사건 당시 사실상 손씨와 공모해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김씨에게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20년 6월27일 SBS 방송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와 유탁파 두목 백모(2008년 사망)씨의 지시를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씨를 통해 이 변호사를 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었다. 경찰은 방송이 나간 뒤 같은 해 7월 1일 재수사에 나섰다. 이후 김씨가 지난해 6월 23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되자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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