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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브라질, '좌파' 전직-'극우' 현직 대통령 맞붙는 역대급 대선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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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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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맹주' 브라질에서 대통령 선거를 한달 반 남짓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막이 올랐다. 각각 좌파와 극우 성향의 전·현직 대통령이 경쟁하는 이번 대선은 수십 년만에 가장 양극화된 브라질 대선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승리할 시 중남미 주요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기해 브라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10월 2일 1차 투표가 실시되는 이번 대선엔 총 12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선거 구도는 일찍이 현직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7)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디시우바(76) 전 대통령의 2파전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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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루, 룰라 때리며 선거운동 시작

2018년 당시 들끓어오르던 반(反) 룰라 정서 속에 정권을 잡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미나스제라이스의 주이스지포라에서 선거유세를 시작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부패 의혹에 시달렸던 룰라 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 나라는 더 이상 부패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이 나라엔 질서와 번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지지자들은 연설 중간마다 "룰라는 도둑(Lula thief)"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 장교 출신으로 전역 후 정계에 입문했다. 포퓰리스트 성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브라질의 트럼프' '열대의 트럼프'로 불렸다. 하지만 현재 그는 브라질의 빈곤 문제를 악화시키고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9년 집권 이후 3년간 경제성장률은 2% 상승하는 데 그쳤고 현재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는 3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67만 명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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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논란 딛고 복귀한 룰라, “재집권하면 사람들 삶 다시 바꿀 것”

'브라질 좌파의 대부'로 통하는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상파울루 외곽의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을 첫 유세지로 삼아 노동자 출신인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과거 금속 공장에 취직해 노동 운동에 뛰어든 그는 1980년 노동자당(PT) 창당을 주도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돼 2003~2010년 집권하며 임기 말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퇴임 후 부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2017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법원이 그의 부패 혐의에 대한 실형 판결을 무효화하면서 정계에 복귀, 올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세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영상을 게재해 "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돼 사람들의 삶을 다시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최저임금을 받는 가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현 정권 하에서 브라질에 배고픔이 다시 찾아왔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선 룰라 앞서···당선 시 중남미 ‘핑크 타이드’ 퍼즐 완성

현재까지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IPEC의 조사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44%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2%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 득표율이 51%,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35%였다. 브라질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는다. 결선 투표는 10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2018년 이후 최근까지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가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핑크 타이드'가 확산되고 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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