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 금리 실화냐"…2년만에 월이자 87만→144만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픽스 사상 최대 인상폭 기록

주담대 변동금리 6% 이상 치솟아

오는 25일 한은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

"연말까지 대출금리 더 오를 것"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년전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아 경기도 일산에 신혼집을 차렸던 김진하(36,가명)씨는 여름휴가 계획을 결국 취소했다. 은행에서 변경된 대출이자 통보를 받고 나니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20년 8월 금리 2.61%로 대출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한 달 이자는 87만원 정도였다. 부담이긴 했지만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17일 김씨에게 은행이 보낸 문자에 찍힌 금리는 무려 두 배 가까이 뛴 4.62%. 월이자는 144만원으로 뛰었다. 변동금리는 6개월에 한번씩 시중금리를 따라 재산정된다. 김씨는 "이 금리가 실화인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며 "아내도 육아휴직 중이라 외벌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자비용까지 한달에 60만원 가까이 오르는 바람에 휴가는 꿈도 못 꾸게 됐다"고 토로했다.

◆치솟는 코픽스… 대출금리에 반영

17일부터 적용되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 기준으로 역대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16일 3.92~5.32%였는데 하루 사이에 4.44~5.84%로 껑충 뛰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무서운 오름세 탓에 6%대 금리(우리은행 5.31~6.11%)도 등장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사상 최대 폭인 0.52%포인트(p) 오른 충격을 시중은행 금리가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시중은행 8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예·적금과 금융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로,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를 산출하는 데 쓰인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7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 2010년 1월 발표하기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직전 최대상승폭은 6월(2.38%)로 전달 대비 0.4%포인트 올랐었는데, 두달 연속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코픽스가 오르면서 전세자금대출자들의 비명소리도 커졌다.

아시아경제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는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올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 이아름(28, 가명)씨는 작년 여름에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전세집을 구하면서 전세자금대출 2억원을 받았다. 당시 금리는 3.0% 였는데 1년만에 4.95%로 2%p가 올랐다. 매달 은행에 내는 이자는 50만원에서 82만5000원으로 30만원 넘게 늘어났다.

이씨는 "전세 보증금 1억원이 월세 40만원 내는 것과 같은데, 이자는 5%까지 올랐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월세로 계약을 하는 게 이득이었는데 후회막심"이라고 했다. 이씨는 내년까지 금리상승기가 계속될 것을 감안해 지금부터 월셋집 시세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 한은 빅스텝과 정부 압박의 결과물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코픽스의 가파른 상승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기준금리(2.25%)가 연말에 2.75~3.00% 수준까지 오르면, 예적금 금리와 금융채 등 조달금리가 덩달아 치솟아 코픽스를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7월 코픽스가 역대 최대 상승폭도 지난달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 영향을 받은 것으로 금융권은 분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스텝과 더불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들을 향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라고 전방위 압박을 하면서 코픽스 인상을 유도했고 그 결과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나비효과가 나타났다"며 "이런 분위기이면 올 연말에 최소 0.5% 포인트 이상 시중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