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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 인플레 감축법에 韓 배터리·신재생 ‘환호‘… “원재료 탈중국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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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강화에 약 48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최종 서명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과 친환경 에너지 업체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생산 제품에만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이번 IRA의 취지에 맞게 현지 생산 시설 확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원재료·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등 풀어야할 난제도 많다.

법안에 따르면 미 정부는 내년부터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북미에서 조립이 완료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한다. 중국산 배터리를 쓴 전기차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배터리의 주원료가 되는 광물의 40%가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생산돼야 한다. 북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의 주요 부품 비율도 50% 이상이어야 한다.

북미 생산 시설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은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총 54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인데, 이 중 45%가 북미에 집중돼있다. SK온도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15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북미 인디애나주에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23GWh로 이후 33GWh까지 늘릴 예정이다.

배터리 부품 현지 생산을 위해 소재기업의 미국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국 켄터키주에 약 3300억원을 투자해 양극박 생산기지를 설립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도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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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 CI./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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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가 발효되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모두 북미에 생산 거점이 없을뿐더러 중국과 미국은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중국 1위 배터리 업체 CATL이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배터리 공장 후보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산 부품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부담이 남아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이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선 북미에 공장을 짓고, 중국 외 국가에서 부품과 원재료를 공수해야 한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누려왔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산 원재료·부품 비중을 낮춰야 한다.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중국 원재료 의존도는 수산화리튬 83%, 코발트 87%, 망간 99%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품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차전지 부품에 대한 대(對)중국 의존도는 음극제 85.3%, 양극재 72.5%, 분리막 54.8%에 달했다. 배터리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와 부품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 중이지만, 단기간 내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렵다”며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 원천 봉쇄된 것은 기회이지만, 부품·원재료의 탈(脫)중국을 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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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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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거나 건립 중인 국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들도 호재다. 법안에 따르면 미 정부는 3690억달러(480조원)를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생산 및 필수 광물 정제 관련 세액공제를 총 300억달러, 생산기지 건설 관련 투자 세액 공제를 총 100억달러 지원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한화솔루션이 거론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1.4G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기존 생산시설(1.7GW)을 포함하면 미국에서만 총 3.1GW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현재 미국 내 단일 사업자로서는 최대규모다.

IRA 시행과 함께 신규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자회사인 한화큐셀은 대규모 신규 공장을 지을 후보지로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텍사스주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에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에 태양광 패널과 잉곳·웨이퍼·셀 등을 한자리에서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 태양광 전문 매체 ‘PV매거진’은 한화큐셀의 신규 투자 규모가 최소 18억달러(약 2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한화솔루션 측은 신규 투자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풍력 발전 분야에선 씨에스윈드가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풍력타워 제조기업인 씨에스윈드는 작년 6월 미국 내 풍력타워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베스타스타워아메리카 지분 100%를 1665억원에 인수했다. 씨에스윈드의 올해 미국 매출은 4500억~5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번 법안에 포함된 풍력 생산 세액공제(PTC) 등을 발판 삼아 향후 1조원까지 매출 규모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OCI와 현대에너지솔루션, 동국S&C, 삼강엠앤티, 유니슨 등 국내 태양광·풍력 업체는 미국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간접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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