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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취임 100일, 윤 대통령만 모르는 지지율 하락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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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긴 했지만,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건 충분히 평가받을 만했다. 역대 많은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일이었다. '경호'를 주된 이유로 들었지만, 그것이 본질적 이유가 아닌 건 대부분이 알고 있다. 세상과 차단된 그곳으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그 편안함을 한번 경험하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청와대가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서울 광화문에 있던 권력의 축이 용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출근길 모습을 보게 됐다. 도어스테핑으로 불리는 출근길 문답을 통해 국민들은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수시로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구름 위에 있던 대통령의 말은 이제 땅 위로 내려왔다.

청와대 이전 · 한미 정상회담으로 시작한 임기



정부 출범 후 최단 기간 만에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도 큰 잡음 없이 치러졌다. '미국 경사(미국으로 기움)'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신 냉전 구도는 선택을 강요하는 측면도 있었다. '안미경중'으로 대표되는 전 정부의 외교 노선에 따라 소원해졌던 유일한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를 복원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반도체 등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확인한 측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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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여러 의미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도 공식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한 나토 회의 참석은 한국의 외교 노선을 지나치게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비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역시 신냉전 구도가 강요하는 줄서기를 한국만 거부하기 힘든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전 정부의 밀착 노력에도 오히려 갈등적이었던 중국에 대한 외교 노선을 어떤 방향으로 정해야 할지 고민할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대의 국정 지지도에도 "특별감찰관보다 내각 구성이 우선"



이렇게 평가할 부분도 적지 않지만, 취임 100일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많은 여론조사에서 20%대에 머물고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난 대선, 대선 당시 경쟁 후보가 야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팬덤이 공고한 현실 등 어쩌면 지지율 하락은 일부 예견됐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취임 100일 시점이라기에는 낮아도 너무 낮은 지지율이다. 근본 원인은 윤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 검찰 출신 중심의 측근 인사 기용,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비선 및 사적 채용 논란 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이에 대한 비판은 숱하게 제기됐고, 대책으로 특별감찰관 임명 등이 거론됐지만 아무것도 이뤄진 것은 없다.

비대위 전환, 전당대회 등 여야의 상황을 감안할 때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국회의 추천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보다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다"며, "특별히 새로 (의혹이) 나온 게 있나"고 반문했다. '건진법사'라는 인물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청탁을 받고 있다는 사설 정보지도 유포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이야기는 윤 대통령의 생각을 전한 것일 터. 국정 지지도가 왜 떨어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참모들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출근길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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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긍정 평가 요인일 수도 있지만, 주요한 부정 평가의 이유로 변화한 부분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실이나 여권 관계자들은 출근길 문답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애착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혹시나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불통으로 평가받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신의 차별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출근길 문답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나이브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알았어야 했다. 출근길 문답은 오롯이 자신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는 것,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듣는 게 일상화될수록 참모들의 역할은 제한되고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윤 대통령은 알았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이 구름 위에 있고, 대통령의 모습이 장막 뒤에 숨겨져 있던 시절에는 참모들을 통해 대통령의 말이 전달됐다. 정제된 표현과 함께 구체적 수치 등이 덧붙여진 형태였다. 대통령의 육성을 직접 듣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말과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권력을 갖게 됐다. 그 권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정리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또, 말을 전달한 사람이 대통령의 말을 잘못 전달했다며, 문제의 책임을 대통령에게서 참모에게로 돌리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부정 평가의 주요 이유를 제공한 윤 대통령의 답변과 태도



하지만, 출근길 문답으로 대통령으로 말을 직접 듣기가 쉬워진 지금 모든 책임은 대통령 스스로가 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를 하는데, 참모들이 그것에 말을 얹거나 해명하는 것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독단적/일방적', '소통 미흡', '직무 태도' 등 부정 평가의 주된 이유로 꼽히는 것들은 대통령의 말을 직접, 자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한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윤 대통령 스스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현안을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말이 어떻게 전달될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도 사전에 스스로 준비해야 했다. 1인극의 주인공이며, 녹화가 아닌 라이브 상황인 만큼 넘칠 정도의 준비를 스스로 해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참모들이 출근길 문답과 관련해 표현 방식·태도·내용 등에 대해서 수차례 건의했지만, 국민들 뇌리에 박힌 것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과 뭔가 화난 듯한 태도뿐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결과다.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복합적 기대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 애착이 크다면 국민들의 대통령, 나아가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어떠한지를 정확히 알아야 했다. 국민들은 신선하지만 노련하고, 처음이지만 능력 있으며, 소탈하지만 권위 있는 대통령을 바란다.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대는 복합적이다.

출근길 문답은 그 형식면에서 '신선, 처음, 소탈'이라는 국민 기대의 절반을 충족시킬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내용으로 채워야 하지만, 그동안 출근길 문답을 통해 국민이 들은 것들은 '초보적이고 혼란스러우며 권위적인' 것들로 절반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것들이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준비하지 않고, 변화되지 않은 결과다.

변화와 진정성은 대통령 스스로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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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해결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통령의 말을 다시 구름 위로 올리고,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장막 뒤로 숨기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돌아갈 책임을 참모들이 나눠 지고, 혼선이 발생하면 대통령은 평가자이자 해결사로서 가끔 등장시켜 권위를 부여하는 손쉬운 방식이다. '극장정치', '의전정치'로 멸칭되긴 했지만 효과가 입증된 방식이다.

하지만, 출근길 문답이 뉴노멀이 된 지금 상황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퇴행일 뿐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스스로 준비하고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시간은 길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들 중에 "국민들이 언젠가는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아줄 때가 올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팍팍한 일상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국민들은 언제가 될지 모를 그때까지 기다려줄 여유와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변화를 위해선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그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 "아마추어는 자기만 즐거우면 된다. 프로는 자기를 믿고 선택해준 사람들을 위해 직업 생명을 걸고 임한다. 지금 윤 대통령은 마치 모든 인생의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 취임 100일을 맞은 오늘 윤 대통령이 가장 뼈저리게 곱씹어 봐야 할 말이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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