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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러에 가스 숨통 죄인 독일, 결국 원전 3기 수명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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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때 정한 ‘2022년 폐쇄’ 방침 접을 듯

독 당국자 절차 남았지만 “결론 달라지지 않아”

“몇달 더 가동”, “2024년까지” 각론에선 이견

기술적·법적·정치적 걸림돌도 만만찮아


한겨레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올 연말 폐쇄 예정이던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신한울 1·2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독일 정부가 올해 연말 ‘탈원전 완성’을 위해 폐쇄하기로 했던 원자로 3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6일(현지시각) 독일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독일 정부가 사실상 원전 수명 연장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탈핵의 보루’라 여겨져 온 독일이 원전을 연장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추진해온 ‘탈핵 결정’에서 후퇴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독일 정부의 이 조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에 따라 올겨울 예상되는 에너지난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물론, 원전의 수명 연장 결정이 아직 공식 채택된 것은 아니다. 일부 구체 사안은 아직 논의 중이고, 법 개정 과정에서 의회 동의도 받아야 한다. 또 최종 결정을 내리려면 몇 주 안에 나올 독일의 ‘에너지 수급 전망 보고서’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신문은 익명의 고위 당국자 세명을 인용해 사실상 결론이 크게 달라질 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12월31일 운행중단될 예정이던 원자로 3기에 큰 안전 우려가 없는 이상 임시 수명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속내를 내비쳐왔다. 올라프 숄츠 총리도 지난주 원자로 3기의 가동을 유지하는 것이 상식적일 수 있다며 처음으로 원자로 3기의 수명연장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독일의 한 고위 당국자도 이날 신문에 “원자로는 12월31일까지 안전하고 그 이후에도 분명히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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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원자로 3기는 남부 바이에른주의 이자르 2호기와 바덴-부르템베르크주의 네카르베스타임 2호기, 니더작센주의 엠슬란트 등으로 독일 전체 전력 생산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탈핵을 주장해 왔던 녹색당의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환경부 장관은 연초 이들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이들 원전이 잠재적 에너지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로 보내오던 천연가스 공급을 80% 줄인 뒤 다시 이번 겨울 에너지 부족 가능성 등을 포함한 더 광범한 조사를 지시했다.

원전 수명연장에는 복잡한 기술적·법적·정치적 걸림돌이 있다. 법 개정을 해야 하고, 원자로에 들어갈 연료봉도 다시 조달해야 한다. 또, 안전과 관련된 보험이나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절차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다. 현재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에 참여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오랫동안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지지해 왔다. 특히 녹색당은 탈원전 운동이 모태가 되어 창당됐다. 그렇기 때문에 ‘가동 연장’ 결정이 내려져도 가능한 짧은 기간 동안 ‘임시’로 연장하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고위 인사인 루드비히 하르트만은 전력 부족의 위기가 있다면 “몇 달 정도” 가동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정의 세번째 축이자 보수를 대변하는 자유민주당은 “2024년까지는 연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론은 원전 가동연장에 우호적이다. 여론조사기관 ‘포르자 연구소’(Forsa Institut)의 최근 조사를 보면, 독일 국민 4분의 3이 원전 수명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자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론이 점차 원전 가동연장에 우호적인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지금은 원전 가동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몇몇 환경단체는 원전 수명연장 조치가 내려지면 법정 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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