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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류시현의 톡톡톡] 추억 속의 샌디, 올리비아 뉴튼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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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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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 보는 일본 패션잡지로 교과서 커버를 씌운 아이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딸만 넷인 집의 막내. 이미 언니들이 대학생인지라 세상만사 모르는 게 없더군요. 그 아이가 선물로 만들어준 카셋트 테이프로 저는 비틀즈를 만났고 보헤미안 랩소디와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부르는 퀸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그녀는 제 손을 잡고 명동 구석구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대 언니들이 좋아한다는 유명한 떡볶이 집에도 갔고요. 처음 보는 연극도, 뮤지컬도 그 아이와 함께였습니다.

그날은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제목도 얘기해주지 않고 꼭 봐야 하는 영화라면서 그 친구는 제 손목을 잡고 갔는데요. 자주 가보진 못했지만 전에 갔던 극장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그곳이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지금 와서 추억해보면 대학로쪽 예술극장 같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검색해보니 ‘그리스’의 우리나라 공식 개봉은 1980년 성탄절이었는데, 제가 본 시점은 그로부터 몇 년 후였거든요. 어쨌든 그곳은 일반 개봉관보다 무척 작은 공간이었는데요. 사람들이 꽉 차있는데다가 영화가 이미 시작을 해서 어둠속에 자리 찾아 들어가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장면은 바닷가 풀샷으로 아득한 추억을 마치며, 발랄하게 학교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샌디, 올리비아 뉴튼 존을 보았습니다. “텔미모어(더 말해줘)”라고 쿡쿡 찌르는 친구들 사이에 수줍게 웃고 있는 소녀. 그 당시엔 누군지도 몰랐지만 대학생 언니려니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날의 샌디가 제게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이후로 본 어느 뮤지컬에서도 샌디와 싱크로 백프로인 캐스팅은 올리비아 뉴튼 존 뿐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후 올리비아 뉴튼 존에 대해 제가 기억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어렸을 때 호주에서 자라서 호주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 에어로빅 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뮤직 비디오 ‘피지컬’을 봤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런데 지난 주 그녀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에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92년 첫 유방암 수술이후 그래도 오랜시간 잘 이겨내며 활동한다는 소식에 계속 활동할 줄 알았는데… 많은 남성팬들이 첫사랑을 보내는 느낌이라면 전 제 어린시절 한 페이지가 영원히 사라진 느낌이랄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배우 겸 방송인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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