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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파출소 앞에서 수천만원 건넸는데 보이스피싱… 경찰관마저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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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 “큰돈 전달해야하니 경찰에 신분만 확인해 달라고 분명히 말했다”

경찰 “전환대출이라든지 대면 편취 한마디라도 했으면 바로 대처했을 텐데”

세계일보

산청경찰서 사천파출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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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수천만원을 파출소 앞에서 건넸는데 알고보니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었다. 피해자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파출소 앞에서 만나 경찰관에게 보이스피싱범 인출책의 신원 확인을 부탁했으나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이마저도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남 산청에 사는 권모(58·택시 기사)씨는 지난 5월 27일 오전 금융사를 사칭한 콜센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기존 대출을 금리가 싼 자사의 대출로 갈아탈 수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이었다.

미심쩍었던 권씨는 사칭한 금융사에서 알려준 금융감독원 콜센터로 전화했더니 기존 대출을 현금으로 갚으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울러 금감원 직원을 보낼테니 현금으로 돈을 건네면 일 처리를 해준다고도 금융사는 전했다.

이에 권씨는 금감원 직원이라는 남성을 시천면 사무소앞에서 만나 가까운 산청경찰서 사천파출소로 함께 들어갔다. 권씨는 같이온 남성의 신분증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씨는 남성의 신분증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려고 했으나 파출소 직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저지했다. 나아가 파출소 직원은 개인간 돈거래는 경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 파출소 바깥으로 내보냈다.

결국 권씨는 보이스피싱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돈 2500만원을 건넸고 나아가 사흘 뒤 계좌에 있던 1500만원까지 털렸다.

이에 경찰은 “전환대출이라든지 대면 편취라는 한마디라도 했으면, 바로 대처를 했을 텐데, 대출금 상환 문제로 왔기 때문에”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권 씨와 동행한 사람이 채권추심을 설명해 개인 간 채무 문제로 보고 파출소 바깥으로 내보냈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내가 큰 돈을 전달해야 하니, 이 사람이 금감원에서 나왔다고 하니, 신분만 확인해 달라고 분명히 그랬다”며 “다른 말도 안 했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당시 상황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지워진 CCTV를 복원해 일당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권씨가 통화했던 모 은행 상담원과 캐피탈, 금감원 직원까지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나타났다. 권씨는 산청경찰서에 신고한 지 2주가 지났으나 답변을 받지 못하자 경남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낼 예정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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