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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분자 하나의 자세까지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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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유니스트 공동연구팀, 상온에서 단일분자 자세 변화 관측 성공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하나의 분자가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 '자세'까지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17일 박경덕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와 서영덕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상온에서 나타나는 단일분자의 자세 변화를 세계 최초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물질의 기본단위인 분자 하나의 자세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약 1나노미터 크기의 단일분자는 상온에서 매우 불안정하게 존재한다. 약 100nm 크기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생각하면 단일분자 관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공기에 노출된 분자는 주변 환경과 수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때문에 ‘분자 지문’이라고 불리는 라만 산란(물질에 일정한 주파수의 빛을 조사한 경우, 분자 고유 진동이나 회전 에너지 또는 결정의 격자 진동 에너지만큼 달라진 주파수의 빛이 산란되는 현상) 신호를 검출하기 매우 어렵고, 분자를 영하 200℃ 이하로 얼려 가까스로 신호를 검출하더라도 단일분자 고유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단일분자 위에 얇은 절연층을 ‘이불 덮듯이’ 덮어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관측할 방법을 찾았다.

금 박막을 입힌 기판 위에 단일분자를 올리고, 매우 얇은 산화알루미늄(Al2O3)층을 그 위에 이불처럼 덮어 ‘꽁꽁’ 묶었다. 금과 산화알루미늄 사이에 갇힌 분자는 주변 환경과 분리돼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데다가 움직임 또한 억제됐다.

이렇게 고정된 분자는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감도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통해 관측됐다. 개발된 나노현미경을 이용하면 날카로운 금속 탐침의 광학 안테나 효과 덕택에 단일분자의 미세한 광신호도 정확히 검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의 해상도 한계(약 500nm)를 훨씬 뛰어넘어 1nm 크기의 단일분자가 누워있는지 서 있는지의 자세 변화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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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이용해 금과 산화알루미늄 층 사이에 갇힌 분자를 관찰하는 것을 묘사한 그림. (오른쪽) 분자의 배향에 따라 분자의 진동모드가 변하는 것을 시각화한 그림. [사진=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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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성과는 난치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연구로 주목된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나 DNA의 분자 배향(Conformation)을 나노미터 수준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어서다.

연구팀은 시료 위에 얇은 층을 덮는 방식이 매우 간단한 데다가 상온 또는 고온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그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제1저자인 강민구 포스텍 석박통합과정생은 “제임스웹 망원경이 가장 먼 곳을 관측해 우주의 기원을 밝힌다면, 우리 연구팀의 단일분자 현미경은 가장 작은 것을 관측해 생명의 기원을 밝힐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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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사진. (왼쪽부터) 박경덕 포스텍 교수, 강민구 통합과정, 서영덕 UNIST 교수 [사진=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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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는 UNIST 이근식 교수·엘함 올라이키(Elham Oleiki)·주희태 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김현우·엄태영 박사, 포스텍 물리학과 통합과정 구연정·이형우 씨 등이 참여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논문명: Conformational heterogeneity of molecules physisorbed on a gold surface at room temperature)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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