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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월드리포트] "FBI 요원을 살해하라!"…미, 무너진 공권력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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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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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권력은 절대적입니다. 미국에서 운전하다 단속 당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주(州)별로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버지니아 주의 경우 운전자 매뉴얼에 경찰 단속을 당했다면 억울한 점이 있다 해도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항의하지 말고 법원에 출두해 이야기하라고 돼 있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미국의 공권력 가운데 핵심으로 꼽힙니다. 우리에게도 각종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FBI는 연방법 위반 행위를 수사하고 공안 정보를 수집하며, 연방법이나 대통령 명령에 따라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연방 정부 조사기관입니다. 그런 FBI가 미국에서 살해 위협까지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FBI 요원들을 사냥할 때"…늘어나는 위협



미 수사 당국은 FBI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별장을 압수수색한 뒤 FBI 요원들에 대한 보복을 주장한 40대 남성을 체포해 기소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46살 남성 애덤 비스로 소셜 미디어에 협박 글을 올렸는데,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글을 올렸기에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에서 체포까지 된 걸까요? 미 법무부가 공개한 내용입니다.
"Every single piece of [expletive] who works for the FBI in any capacity, from the director down to the janitor who cleans their [expletive] toilets deserves to die. You've declared war on us and now it's open season on YOU."
"FBI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 국장부터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은 죽어 마땅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이제 우리가 당신들을 사냥할 때입니다.

"My only goal is to kill more of them before I drop"
"내 유일한 목표는 내가 쓰러지기 전에 더 많은 FBI 요원들을 죽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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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 압수수색 후 그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법무부와 FBI에 대한 보복 위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위협이 단순한 위협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1일 무장 괴한이 FBI 신시내티 지부 건물에 침입하다 대치 끝에 사살됐고, 14일에는 한 남성이 워싱턴 D.C. 의회 바리케이드로 돌진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이들 사건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FBI와 국토안보부는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법 집행 기관을 상대로 '내전'과 '무장 반란'을 언급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워싱턴 D.C의 FBI 본부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펜스가 쳐졌습니다.

펜스 뒤로 숨은 FBI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FBI 본부를 찾아가 봤습니다. 특별히 경계가 삼엄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문 쪽에는 펜스가 설치됐고 직원들이 드나드는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건물 접근이 차단돼 있었습니다. 건물 주변으로 마치 성을 보호하는 해자처럼 긴 도랑 모양의 구조물이 있어 다리 형태의 건널목을 지나지 않고는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차량 출입구도 개폐식 바리케이드 형태로 보호돼 있었습니다.

FBI를 향한 위협과 공격은 비단 몇몇 극렬 지지자들만의 일은 아닙니다. 야당인 공화당에서도 FBI를 겨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극우 성향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FBI 예산 삭감을 주장했고 폴 고사 하원의원은 아예 FBI 해체를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비난과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건데 그 뒤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습니다.

트럼프 "끔찍한 일들 벌어질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다. 이 나라에서 (갈등의) 온도를 내려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사실상 사법 당국을 향해 협박성 경고를 날렸습니다. 자신이 만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는 마러라고 압수수색 당시 FBI가 모든 보안 카메라들을 끄라고 요구했다며 증거 조작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끝없는 총기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건 수정헌법 2조가 이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문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소지하는 시민의 권리는 침해돼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연방 정부, 즉 공권력에 의한 권리 침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미국의 건국 이념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개념이지만 건국 과정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무장의 필요성과 함께 공권력에 대한 일정 부분 경계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권력이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지만 또한 이에 대한 경계심 또한 작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공권력에 대한 경계가 지금처럼 특정 정치인을 둘러싼 갈등을 타고 증폭된다면, 자칫 정쟁이 사회 시스템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전파자'였던 미국이 정치적 양극화라는 극단적 대치 속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노출하고 있는 게 현재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가 국민적 단합을 이뤄내기보다는 세대 간, 계층 간, 남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오히려 국론 분열을 자극하는 모양새이다 보니 미국의 이런 혼란과 위기가 꼭 남의 나라 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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