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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내연녀 아들에 부동산 증여” 도장 찍어도… 대법 “생전 철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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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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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숨지면 재산을 주기로 약속하는 사인증여(死因贈與)도 생전에 철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가 내연녀 B씨를 상대로 낸 근저당권말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내연녀 B씨와의 사이에서 C군을 낳았다. C군이 태어난 이후 A씨는 자신이 숨지면 부동산을 C군에게 넘기기로 하는 사인증여 계약을 맺었다.

첫 번째 각서는 자신 소유 부동산 중 40%를 B씨와 C군에게 넘긴다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 각서는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C군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A씨는 부동산에 대해 B씨 명의로 약 1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그런데 A씨와 B씨의 관계가 악화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C군은 B씨가 친권을 행사해 직접 기르게 됐지만, A씨는 C군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20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게 됐다. A씨는 자신이 약속한 사인증여를 철회하겠다며 근저당권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사인증여는 계약이지만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증여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도 사인증여는 유언에 의한 증여(유증)와 비슷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민법 1108조 1항은 유증은 효력이 발생하기 전이라면 언제든 철회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사인증여도 유증처럼 증여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대법원도 1·2심과 같이 사인증여도 유증에 관한 민법 규정을 적용해 철회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 철회에 관한 민법 1108조 1항에 준용된다”고 했다.

대법원이 사인증여도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철회가 허용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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