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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파업피해…대우조선, 8천억이라더니 슬그머니 “1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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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손배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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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50일째였던 지난 7월21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서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 철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농성을 하고 있다. 철제구조물 옆에는 그가 작업할 때 입었던 용접용 가죽 작업복과 마스크, 안전모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거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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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조의 조선소 점거로 하루 259억원씩 매출 손실이 발생해 총 피해액이 8천억원에 달한다.”

51일에 걸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이 끝난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피해’를 8천억원대로 집계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핵심 요구였던 ‘임금 대폭 인상’까지 철회하며 “개별 조합원이라도 소 제기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8천억원이 아닌 1천억원 미만의 손해배상소송(손배소)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8천억원 피해 주장의 근거가 된 하루 매출 259억원은 그해 목표 매출 6조6천억원을 한 해 영업일로 나눠 단순 계산한 액수로, 모든 조업을 멈춘 상황을 가정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파업 당시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의 5개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중 실제 조업을 멈춘 곳은 제1도크뿐이었다. 선박 인도 지연배상금 역시 파업 당시 130억원으로 알려졌으나, 파업 종료 후 잔업·특근으로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5개 도크 중 1곳만 조업 멈춰…1천억 미만 소송 검토중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실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예고한 것보다 많이 줄어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청지회 쪽 법률 대리를 맡은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실제 인정 여부는 법원에서 다투겠지만 집행 가능성을 고려한 상식적인 청구액은 많아야 수억원 수준”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손배소를 안 하면 배임’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조가 어차피 갚지도 못할 돈을, 수억원의 변호사 선임비와 인지대를 들여 진행하는 게 배임 소지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손배소 부풀리기’를 계기로 기업들의 무분별한 쟁의행위 손배소를 막기 위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6일에는 하이트진로 맥주·소주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하이트진로지부가 손배소 취소 등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 광고판과 1층 로비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6월2일부터 하이트진로지부가 이천·청주 공장 등을 돌며 주류 운송업무를 차단하는 파업에 들어가자, 이 회사의 주류 운송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 수양물류가 조합원을 상대로 27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하고, 조합원 재산에 가압류를 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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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옥상점거 배경도 화물기사 상대 27억원 손배소


전문가들 역시 2003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2009년 쌍용자동차, 2010년 현대자동차, 2011년 한진중공업부터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의 사례처럼 터무니없는 금액의 손배소로 조합원을 압박하는 기업의 노조 탄압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우려한다.

2010년 12월20일부터 약 3개월가량 이어진 한진중공업지회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사쪽은 지회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 가운데 90억여원은 지회 파업으로 선박 7척의 생산이 지연돼 물게 됐다는 ‘지체배상금’이었다. 그러나 선박 7척 가운데 6척은 지회의 파업이 시작된 2010년 12월10일 이전부터 납기가 지연된 상태였다. 법원은 납기일이 파업 이후였던 선박 1척의 지체배상금과 선박 건조 비용 등 59억원만 인정했다. 그사이 지회 조직차장이었던 최강서씨는 유서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고 적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노조는 거액의 손배소 예고만으로도 극심한 압박을 받지만, 기업은 근거 없는 손해배상을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손배소 목적은 피해보전 보다 노조 압박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평조합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전략도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대법원은 2006년 “단순히 노무 제공을 거부한 일반 조합원은 불법행위 책임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생산 현장 무단이탈 등으로 손실이 생기는 경우는 예외’라는 조건을 달았다. 기업이 이 조건을 활용해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강조하면 법원도 받아들이는 추세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항소심에서 조합원 등 139명을 상대로 50억원을 청구해 33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이후(3심에서 소 취하),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 등 조합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고액의 소 진행 비용(인지대) 부담을 무릅쓰면서, 조합 기금이 거의 없다시피 한 사내 하청 노조 등을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시민단체 ‘손잡고’가 지난 6월 과거 ‘조건부 소 취하’가 이뤄진 손배소 사건 35개의 취하 사유를 파악한 결과, 조합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포기(17건)가 가장 많았고, 희망퇴직(11건)과 노조 탈퇴(5건)가 뒤를 이었다. 소 제기의 목적이 피해 보전보다는 ‘노조 활동 압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쟁의행위 영업손실·조합원 손배소 제외하는 노란봉투법 발의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과)는 “사측 파업 손배소는 상대방에게 오로지 해를 입힐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민법상 ‘권리남용’이나 다름없다”며 “개별 조합원까지 포함해, 불법행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영업손실까지 무분별하게 소를 제기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는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영업손실 등을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발의돼 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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