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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尹정부 주택공급대책, 지역소멸 위기에 '서울공화국'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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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보다 서울은 18만 호, 수도권은 29만 호 공급량 더 늘리기로

비수도권 주택 공급은 16만 호 감소 예정…대도시 제외하면 20만 호 낮춰잡아

"수요 있는 곳에 공급"도 좋지만…인구 절벽 속 지역 소멸 위기에 수도권 집중 부채질 우려

"지방에 자원 배분해도 부족할 판에 서울 몰아주기 의도 보여…수도권만 성장시키겠다는 것"

"애초 집값 하락 국면에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공급 필요한지부터 다시 고민해야"

노컷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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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집권 후 처음 발표한 주택 공급 정책에서 '서울·수도권 집중' 기조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에 충실한 계획이지만, 지역균형발전 가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주택을 270만 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70만 호 주택 지역별 배치 청사진을 살펴보면 정부의 촉각이 서울·수도권에 곤두서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서울에만 문재인 정부 시절(2018년~2022년) 공급량보다 18만 호가 늘어난 50만 호를 공급하고, 수도권으로 보면 29만 호를 더해 총 158만 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비수도권 공급량은 오히려 128만 호에서 112만 호로 줄어들 전망이다. 광역·자치시 등 지방 대도시는 52만 호를 약속했지만, 증가폭은 4만 호에 그쳤다. 더구나 수도권과 대도시를 제외한 8개 도의 나머지 지역 공급량은 80만 호에서 60만 호로 20만 호나 줄어들게 됐다.

이처럼 정부가 서울·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서울에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수도권 집값이 올랐으니 그만큼 서울·수도권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문재인 정부 주택 정책에 대해 "수요자 의견을 무시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윤석열 정부 주택 공급정책은 "수요가 많은 선호 입지에 중점 공급하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주택보급률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4.9%. 인천은 98.9%, 경기 100.3%로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98%에 그쳐 전국 평균 103.6%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수도권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수도권의 대규모 주택공급을 약속했다. 다만, 당시 정부는 서울 외곽 수도권에 3기 신도시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이번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도시의 도심 한복판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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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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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이처럼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에 주택을 짓겠다는 논리 자체는 일견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지 않는 곳'도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수도권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또, 특정 지역에서 경제활동으로 얼마나 부가가치가 발생됐는지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을 보면 2020년 서울의 명목 지역내총생산은 전국의 22.9%, 수도권은 52.7%에 달했다.

이처럼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해진 동안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인구 감소 국면에 돌입한 한국의 비수도권 지방은 이미 절반 가까이가 소멸 위기에 놓여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시군구 중 49.6%가 인구 감소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상태다.

국토 면적의 12.6%에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와 경제활동 결과물의 절반이 몰린 '서울공화국'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더구나 수도권에 주택이 부족하다고 주택 공급을 늘리면, 오히려 더 많은 인구와 재화가 몰려 수도권 집중 문제와 주택 부족 문제만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강원대학교 정준호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은) 주거 정책이자 주택 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정책과 연계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성장 전략을 수도권으로만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주거와 일자리, 기업의 생간이 어우러지도록 키워야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소장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지방에 자원을 배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서울로만 몰아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며 "인구 소멸과 함께 오는 지방 소멸을 앞두고 대응해보는 시늉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방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수요가 떨어졌기 때문에 향후 공급을 줄일 당위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 국면에 접어든 마당에 서울·수도권이라고 하여 대규모 공급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일반 재화라면 공급이 증가할수록 가격이 내리지만, 주택은 투자재 성격도 있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할 때는 공급을 늘려도 계속 가격이 오른다"며 "가격이 오를 때에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대세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돈 있는 사람들도 집을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하락 국면이 계속 된다면 정부가 공급하라고 해도 민간에서는 손해보면서 공급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재정비 사업의 경우 이해 관계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 정부의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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