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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등 한국콘텐츠 에너지 너무 좋아"... 영국 거장이 전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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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장 마이크 피기스 감독

오마이뉴스

▲ 제17회 제천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이자 '올해의 큐레이터'로 활약한 마이크 피기스 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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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마이크 피기스(74) 감독은 자타공인 친한파 영화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 행사로 다섯 번 이상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2019년엔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강사로 합류해 한국에 머물기도 했다. 지난 13일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행사장에서 만났을 당시 "내가 속한 영국 문화보다도 한국 문화에 관심 갖고 공부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제천영화제와도 깊은 유대감을 이어오고 있었다. 2021년 마스터클래스에 이어 올해는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지난해에 비자도 항공권도 다 준비했는데 막판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심해져 온라인으로 참석해 많이 아쉬웠다"며 "작은 모니터로 한국 관객과 만났던 작년과 달리 올해 직접 왔다. 폭우 속 개막식도 참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한국 찾고 싶어하는 해외 영화인들 많아"

현재 그는 홍콩 장편영화 <모국어>를 연출했고, 2019년부터 한국 합작 영화 <셰임>을 준비 중이다. 영국 뉴캐슬 출신인 그는 서울과 부산, 그리고 제천의 차이를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외부인으로서 바라본 한국 문화랄까.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 아닌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부인으로서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천에 온 김에 한국에 머물며 저예산으로 빠르게 영화를 찍을까 했는데 10월에 미국으로 가야해서 불가능해졌다. 총 세 부분으로 나뉜 옴니버스 영화가 될 것이다. 주제는 미투운동(Me too, 성폭력에 대한 공개적인 저항운동)인데 어떤 프로파간다가 아닌 현실적 관점으로 만들려 한다. 그래서 TV 드라마나 여러 한국 콘텐츠를 주의 깊게 봤다. 빛도 있지만, 분명 여러 문제가 있었다. 설리 사건 같은 비극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

제가 사는 영국과 비슷한 것도 차이점도 분명했다. 그런 점을 영화에 담으려 한다. <인터널 어페어>(1990)라는 영화를 미국에서 만들 때 미국 문화를 공부했거든. 그때보다 더 한국을 공부하는 중이다. 아마 내년쯤 촬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봤다. 배우들 연기와 에너지가 좋더라. 어두운 소재를 밝고 긍정적으로 다루는 게 인상적이더라. 미국은 드라마를 만들 때 대여섯의 감독이 나눠 만들곤 하는데 한국은 처음부터 한 감독이 하니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현재 한국 문화가 전 세계 문화가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생충>, 블랙핑크, BTS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분명 추세가 꺾일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문화 그 이후를 한국 콘텐츠에서 기대하는 게 있다"며 설명을 이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한국 영화 두 편이 상을 받았잖나.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제야 전 세계가 한국의 존재감을 알게 됐다. 그래서 다들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다만 조심해야 할 건 무분별한 해외 문화 침투로 후회할 시점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지금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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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 14일 영화 <엘비라 마디간> 상영 후 그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행사 당시 모습.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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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과잉의 시대

이런 애정으로 마이크 피기스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측에도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직접 음악이 뛰어난 세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피기스 픽'(Figgis's Pick) 행사를 진행했고, 마스터클래스처럼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아마 영화제 측은 제 인맥을 동원해 유명 음악인 초정도 바라는 것 같은데 관객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며 "자문위원으로서 영화제 기간을 좀 늘려서 감독, 음악가들이 서로 토론하고 대화할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나 음악을 전공하고 고향인 뉴캐슬에서 음악 교사로 일한 경력이 있기에 누구보다 영화 음악에 애정이 깊었다. 그가 연출한 영화들 상당수는 직접 음악을 작곡해 음악 감독까지 겸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에게 최근 전 세계 영화음악 흐름, 경향을 물었다. "음악이 너무 지나친 경우가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음악이 영화산업의 노예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큐멘터리가 그렇다. 사실 다큐는 감독이 무언갈 발견하면서 만들어가는 장르인데 감정 유도를 위해 음악을 과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BBC가 그런 식이고, 넷플릭스 또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은 채 다큐를 찍더라. 사실 다큐엔 음악이 거의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시작과 엔딩 부분에만 들어가면 된다고 보는데 프로듀서들이 음악을 곳곳에 삽입시키며 음악을 타락시켰다. 음악영화, 영화음악에 모두 난 불만이 많다. 비슷한 사운드가 반복되는 경향도 강하다.

한국도 비슷한 면이 있다. 한국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은데 김희애씨가 나오는 <밀회>를 참 좋아한다. 거기에 나오는 음악도 아름다운데 드라마마다 사용하는 음악이 마치 공식처럼 정해진 느낌이다. 쇼팽의 곡이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장면에선 마치 <톰과 제리>에 나올 만한 효과음이 종종 사용되더라.

작곡가이자 감독으로서 철학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은 작품과 균형을 이루는지가 중요하다.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안된다. '언더 스코어(Under Score)'라고 정의하고 싶다. 드라마 위가 아닌 밑으로 깔리는 음악이어야 한다. 저와 친한 한 감독은 최고의 사운드는 대사 주변에서 나오는 사운드라고 하더라. 돌비 시스템의 극장에 가면 음악이 뒤에서 종종 나오잖나. 대사가 나오는 스크린 주변에서 음악도 나와야 한다. 유기적으로 드라마와 어울려야지."


끝으로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음악을 콘셉트로 잡은 건 영리한 선택"이라며 "폴란드 오프플러스 카메라 영화제라고 있는데 촬영에만 초점을 맞춘 축제다. 그런 행사를 난 좋아한다. 이런 식의 차별화가 흥미롭다"고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밝혔다.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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