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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도그, 괴짜, 자폐증… ‘틀림’ 아닌 ‘다름’의 미학 [광화문에서/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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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현진 DBR 편집장


국내 인공지능(AI) 데이터·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 스타트업인 ‘테스트웍스’는 AI 학습 데이터 수집 및 데이터셋 구축 업무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들을 투입한다. 이들은 비범한 수학적 역량, 정밀성, 과제 집착력 덕에 ‘우수 사원’으로 꼽힐 때가 많다.

해외 IT 기업들은 자폐인들의 채용에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업 울트라너츠는 직원의 75%가 자폐인이다. 창업자들은 “이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채용 절차에 의해 희생됐던 ‘권리’를 찾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자폐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역량과 조직 기여도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자폐인 고용의 핵심은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인정하는 데 있다. 뇌신경 차이에서 비롯된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을 ‘비정상’이 아닌 ‘개성’으로,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비단 자폐인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인재가 함께 일하는 것이 조직의 혁신과 창의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최근 연구를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이에 조직 내 다양성 수용 역시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 연령, 인종 등 인구통계적 다양성을 뜻하는 ‘다양성 1.0’ 단계와 사고방식이 다른 ‘괴짜’들도 수용해 인지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다양성 2.0’ 단계가 먼저 선진 기업을 중심으로 접목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자폐, 난독증 등을 가진 신경다양성 인재들까지 수용하는 ‘다양성 3.0’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전형적 인재’를 벗어나는 이들에게 조직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뭘까. 점점 더 복잡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지는 경영 환경 자체가 평범함을 뛰어넘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다줄 새로운 인재들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다양성 전문 커리어 코치인 제이컵 레비는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신경다양성 인재는 색다른 방식으로도 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이 낯선 길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양성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선 중요한 선제 조건이 있다. 바로 ‘포용성’이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약자’를 뜻하는 언더도그(underdog)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의 조직 내 적응과 지속 가능한 채용을 돕는 제도는 물론, 이들과 함께 일하는 낯선 경험을 반겨줄 동료들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MIT와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이 실시한 최근 연구 결과, 성과가 높은 팀에는 공통적으로 ‘3박자’가 갖춰져 있었다.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사람, 발언의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사람, 그리고 여성이었다. 결과적으로 집단지성 발현의 조건은 다양성의 1∼3단계를 아울러 다양한 ‘다름’을 수용하는 포용력임을 입증하는 결과다.

우영우들이, 괴짜들이, 그리고 언더도그가 빚는 ‘다름’의 열매는 어떤 맛일까. 다름의 미학에 대한 기대와 고찰이 필요한 때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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