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2분기 국내 상장사 실적은 선방했다. 사진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LG이노텍 구미 공장. (LG이노텍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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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53%, 예상 뛰어넘는 이익
▷부진한 곳은 45%로 비교적 적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시했던 상장사 가운데 8월 9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40곳이다. 이 중 74개 기업(52.9%)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두 곳은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손실액이 예상보다 적었다. 반대로 전망보다 영업이익이 부진한 곳은 63개 기업(45%)이다.
시장에서는 2분기 국내 기업이 악재를 딛고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실적 기대감이 낮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적이 양호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는 작업이 예상보다 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돋보인 산업은 반도체와 IT 부품, 헬스케어다. 2021년 2분기와 비교해도 성과가 좋고, 올해 2분기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낸 기업도 여럿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장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5개 기업이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3조8110억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13조원대 분기매출이다. 영업이익은 4조1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 3조9466억원을 기대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견조한 메모리 가격 흐름 속에 환율 상승 효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고부가가치 D램과 낸드 수율 개선, 비중 증가도 영업이익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주 중에는 테크윙과 한미반도체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2분기 테크윙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2%, 컨센서스와 비교하면 24.4% 많은 금액이다. 주요 고객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투자를 늘리며 반도체 검사 장비 테스트 핸들러 수주가 증가한 덕분이다. 비메모리 시스템온칩(SoC) 해외 고객 수주도 실적에 힘을 실어줬다. 한미반도체는 주력 장비 수주가 늘고 상하이 록다운 사태로 이연된 수주 물량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되며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20.5% 늘었다.
반도체 소재 섹터에서는 원익QnC와 해성디에스가 선전했다. 원익QnC는 반도체 소재 쿼츠 부문, 세정 부문 등 주요 사업이 순항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패키징 재료 전문 기업 해성디에스는 잠정실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1년 2분기와 비교해 각각 35.6%, 197.3% 늘었다. 고부가제품 위주 생산에 집중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다만 하반기 반도체 산업 전망은 어둡다. 미국 엔비디아는 2분기 실적이 당초 제시했던 전망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마이크론 역시 실적 부진을 예고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더 많이 둔화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업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헬스케어, 하반기에도 순항 기대
▷기술 이전, 임상 발표 등 이벤트 다양
IT 부품 분야에서는 LG이노텍 활약이 돋보인다. LG이노텍은 2분기 매출 3조7026억원, 영업이익 289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매출 3조2783억원, 영업이익 2545억원을 예상했다. 스마트폰용 고성능 카메라 모듈, 5G 통신용 반도체 기판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 덕분에 예상치를 뛰어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 중에는 인쇄회로기판(PCB) 강자 심텍과 비에이치가 눈길을 끈다. 심텍은 2분기 영업이익이 1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컨센서스를 24% 웃돌았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도 우호적이었고 수익성이 높은 고다층 기판 위주로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덕분에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르고 영업이익률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비에이치는 2021년 2분기 영업손실 10억원을 냈으나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 24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24억원에서 3391억원으로 뛰었다. 북미 고객사 프리미엄 제품 수요 증가, 국내 고객사 신제품 생산 등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2~3월 1만80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8월 중순 기준 2만8000원대까지 반등했다.
의료 장비·서비스,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발군의 성과를 낸 종목이 많다. 의료 장비·서비스 종목 중에는 덴티움이 관심을 모은다.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치과용 의료기기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이다. 2분기 덴티움 매출은 967억원이다. 1년 전에 비해 33.3% 늘어났으며 컨센서스를 12.1%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2021년 2분기 169억원에서 올해 2분기 352억원으로 증가했다. 컨센서스는 234억원이었다. 최근 주가도 강세다. 2월 5만3000원대까지 빠졌으나 8월 11일 종가 기준 10만3500원까지 뛰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력 수출 지역인 중국이 견조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 수출이 크게 늘었다. 3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다. 36%를 넘어선 영업이익률이 특히 눈에 띈다”는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올렸다. 임플란트 시장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또한 해외 실적이 성장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 약품 조제 시스템, 약품 관리 자동화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제이브이엠은 국내 장비 신규 주문 증가, 장비 가격 인상, 해외 영업 재개 등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한미약품과 HK이노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미약품은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주력 품목이 순항하는 가운데 중국 내 호흡기 치료제 수요 증가로 북경한미 실적이 뛰었다. HK이노엔은 3분기 가다실 백신 가격 인상을 앞두고 2분기에 수요가 집중됐다.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도 성장에 기여했다.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은 약품 자체 생산 확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 점유율 상승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가동률 상승과 환율 상승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헬스케어 업종이 순항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형 바이오주는 물론 제약사, CMO(의약품 위탁생산), 의료기기 기업 실적이 하반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술 이전, 임상 성과 공개 등 여러 이벤트가 예정돼 관심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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